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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Small Hobby Good Life 1
김민주 지음 / 팜파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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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한다.
수영은 개헤엄 1.5미터 수준이다.
서핑은 배울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왜 바다에서 서핑을 하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제주도로 입도한 이 이야기를 고른걸까?

그 이유는 바로 취미가 삶을 바꿨다는 저자가 궁금해서다.

나도 그랬다. 2015년 새해 시작한 스윙댄스에 푹 빠져살았다.

매주 토요일은 빠에 가있었고 휴가지를 고르는 기준은 춤출 곳이 있느냐였다. 심지어 신혼여행 코스에 대전을 넣은 것도 출빠를 하기 위함이었다.

2-3년쯤 했을 무렵 돌파구가 필요했다. 대회도 나가고 싶고 더 열심히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욕심이 커진 탓에 갑자기 모든 게 불만스러워졌다.
토요일 강습과 소셜 후 기진맥진하는 저질체력이 싫었다.
평일에는 춤 출 수 없는 지역적 한계가 안타까웠다.
그보다 파트너인 신랑을 내 욕심에 달달달 볶기가 싫었다.

벌써 나 때문에 야근 후 차를 몰아 서울에 가서 1-2시간 춤을 추고 다시 새벽6시에 일어나 출근하느라 기진맥진 한 터였다. 내가 실망하는 게 보기싫어 출빠한 다음 날은 몰래 핫식스를 먹고 일하러 간다는 걸 안 이상 결정을 해야했다.

"잠시 쉬자. 아니 그만 추자."

프로가 될 것도 아니고 즐겁게 추지도 못하는 상황이 와 백세스윙 실버스윙을 하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깬 것이 맘 아팠지만 한 편으로는 속이 시원했다.

지금 춤을 추지 않은 지 반 년이 되어간다. 아직 나는 행복하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없다.

하지만 싫어서 그만둔 게 아니다. 오히려 이 취미로 얻은 게 많다. 체력은 확실히 늘었다. 그 좋아하는 재즈음악도 실컷 들었다. 춤을 실컷 출 무대를 얻었다. 무엇보다 반려자를 만났다.

그거면 된거다. 이제 좋은 추억으로 지난 3년이 오롯이 남았다.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의 저자도 그랬단다. 요 작은 취미가 자신의 인생을 신바람나게 해주었다고. 자연이 없이는 불가능한 서핑덕분에 스마트폰 들여다보기도 줄었고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먹방도 안하고 불안때문에 밤새 틀어놓아야 했던 방송들도 안듣는단다.

솔직히 한 취미가 평생 간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야 집을 옮긴 것도 직장을 바꾼 것도 아니지만 저자는 이주에 이직까지 했단다. 하지만 이러한들 저러한들 어떠하리. 지금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 내 맘이 충만하면 되는 거지. 마음이 변한다면 또 그 움직임을 따라나서면 되는 거지.


☑서핑에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제주 이주에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모두 재밌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그게 참 신기할 정도다.

어쩌면 우리는 삶이라는 파도에 몸을 실고 있으니 이미 서핑을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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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지옥
마츠바라 준코 지음, 신찬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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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우연히 나보다 열 살 가량은 나이가 많은 분들과 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나는 막 결혼하여 희망에 부풀어 무엇이든지 반짝반짝하게 보이고 막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한 터라 생명의 기적을 느끼며 무엇이든지 경이롭게 보였다.

그런데 그날 모든 것이 와장창 깨지는 기분이었다.

"40대가 되면 기쁜 일보다는 안좋은 일로 연락을 받게 되어. 30대에는 친구들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지만 40대에는 친구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돼."

감히 나는 진짜 어른들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그때 들었던 몇 가지 단어들. 연명치료, 삽입관, 요양원 등. 그 생소했던 말들이 요새는 부쩍 내 귀에 들려오는 걸 보면 세월이 흘렀음을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정정한 부모님 덕분에 아직은 하며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얼마 전 검진을 받으러 갔던 아빠가 황반변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을 해야하고 하더라도 예전 시력의 60% 수준유지 밖에는 할 수 없다고. 엑스레이 속 아버지의 눈은 참으로 정직하게 말하는 듯 했다.
"아빠는 이제 나이가 드셨단다."
그래도 애써 괜찮은 척 했지만 실은 아빠 수술날까지 매일 아침 끔찍한 비명소리에서 깨어나 하루를 맞이해야 했다.

아직은 이르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모든 생명은 태어나 정점을 찍고 노화해간다는 걸 언제인지 모를 끝을 향해 간다는 걸 불편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받아들이고 마주할 시간이다.

최대한 오래사는 것이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혼자 남더라도 노년을 잘 보낼 수는 없을까?

책 '장수지옥'은 이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떠난다.
의학과 과학발전으로 찾아온 백 세 시대. 하지만 불로장생이 불가하듯 불로도 불가하다. 노년의 삶이 길어지는 것일 뿐 생자체가 젊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연명치료
삽입관
등으로 음식물을 받아넘기고 숨을 유지하는 상태로 백 세를 맞이하는 이들의 공간에서 저자는 너무나 불편한 고요를 느낀 듯 하다.
과연 이렇게 사는 건 죽는 것보다 존엄한가 라는 생각으로 안락사를 통해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한 이들의 케이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또한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적어도 아직은. 국가의 도움으로 노년의 삶을 잘 꾸려나가야 하는 게 장수지옥이 아닌 장수천국에 가까울 거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국가의 도움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이 아닌 젊은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늙기 전에.

나는 아직 죽음을 말하기에 논하기에 어리다. 하지만 생각하고 준비하기에는 어리지않다.

책 '장수지옥'은 매우 덤덤하게 서술되나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는 송곳으로 보고싶지 않은 곳을 헤집어 놓는 것 같기도 할거다.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가끔은 쓰디 쓴 현실을 책으로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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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 - 도쿄대 출신 빈곤노동자가 경험한 충격의 노동 현장
나카자와 쇼고 지음, 손지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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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돈은 도대체 누가 버는 건지 9 to 6 아닌 9 to 10 도 3교대와 주말특근 하는 이들도 늘 만나면 푸념뿐이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이다."
"통장은 텅장이다."

이런 자조섞인 말들은 어느새 시대와 청년층을 대표하는 우스갯소리가 되어버렸다.

노령화인구 시대와 저성장 그리고 빈집대란을 겪고있는 일본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비슷한 길을 먼저 가고있다. 그래서 마치 암울한 미래를 먼저 엿보는듯 한 느낌마저 든다. 실은 절대로 벌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모습인데 몇년 전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지않으면 외출도 못한다는 설정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말도 안된다며 코웃음을 쳤던 나이기에 더욱 더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저출산 비혼 등 이런 현상들이 왜 이러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그 중 하나는 '돈'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10년 전 취직을 한 선배들은 대충 월 200만 원이면 나쁘지않은 선이라 했다. 당시 밥값은 대학가 기준 3천 원이었다.
지금 취직을 한 이들은 대충 월200만 원이면 잘쳐서 받는다고 한다. 지금 밥값은 동네기준 6천 원이다.

이 책 '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는 한 발 더나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중장년의 재취업 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 다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간다고.

사실 다 읽고나면 일본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이 없다는 생각마저도. 그렇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걸까?
여기선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저항
☑탈도쿄화

짜증대신 분노를 하라는 구호와
탈서울화를 생각해보라는 기조와 소름끼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고용형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을 때
◆10년 뒤를 미리 엿보고 싶을 때
권해주고 싶다.

아울러 '미쓰윤의 알바일지'라는 작품이 자꾸 떠올라 함께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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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닮았네 - 괴짜 과학자의 기러기 육아일기
미하엘 크베팅 지음, 전은경 옮김 / 책세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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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우다보면 심쿵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내 경우에는 기러기모양의 입을 바라볼 때인데 아무리 봐도 귀엽고 신기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안테나마냥 이리저리 움직이며 킁킁대는 코는 어째 AI를 능가하는 첨단기술만 같다.
쓰다보니 댕댕이병에 걸린 게 분명해보여 이만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요즘 채식을 고민중이다. 계기는 당연히 반려견. 강아지라는 동물을 키우며 처음으로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걸 알았다. 다른 점이라면 말을 못하고 손을 못쓴다는 정도?

강아지만 그럴까? 돼지도 닭도 그럴 것 같다. 양을 풀어주고 싶고 거미를 지키고 싶은 소녀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되는 건 다른 일이다. 그야말로 어나더레벨... 우선은 육류섭취를 줄이는 것으로 시도해볼까 한다.

'날개가 닮았네'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데이터를 얻기위해 기러기 일곱 마리를 키울 때만 해도 몰랐을 거다. 그들이 어떤 의미가 되어줄지. 이혼 후 아이를 자주 볼 수 없게 된 탓에 빈자리를 크게 느끼게 된 그는 자신을 아버지라 믿고 쫒아다니는 아기 기러기들을 돌보며 그 허전함을 매꾸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속에 각인된 야생의 본능은 속일 수 없는 법. 그들 전부와 함께 일 수는 없었다. 아쉬운 작별 영영 이별이 찾아오고 만 것. 그래도 그 모든 과정은 희망적이다. 함께 한 순간은 사라지지 않고 추억으로 각인되었으니 말이다.

☑동물을 좋아해요
☑감동을 느끼고 싶어요
☑르포를 좋아해요
이에 해당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즐길 수 있음을 장담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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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여자 -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도축장에서 찾은 인생의 맛!
캐머스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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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재래시장에 갔다가 어떤 아저씨가 건네는 시식용과자를 무심코 받아먹었다. 입에 넣고 몇 번 우물거리는데 머릿 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
'유레카'
태어나서 먹어본 적은 있으나 제대로 된 걸 먹어본 적이 없어 딱딱하고 불량식품스런 맛(?)으로 오명을 쓴 바로 오란다라는 전통과자였다.

"아저씨 어떻게 이런 맛이 나요?"
"방금 만든 거라 그렇죠."
나도 모르게 홀린듯 한 봉지를 사서 혼자 먹기엔 아까워 부모님께 절반을 덜어드리고 왔다.

그전까지 '푸드 마일리지'라는 말을 들었을 땐 솔직히 실감도 안났고 아무 생각도 없었다.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시간이 짧을수록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다는 뜻인데 신선할지언정 가격이 비싸진다는 생각에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오란다를 먹으니 내가 지금껏 먹은 오란다는 오란다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이 된거다.

과자도 이럴진데 육류는 어떨까? 채식주의자이지만 전통도축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난 캐머린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직접 동물을 기르고 인도적 환경에서 케어하고 불필요한 살육은 금하는 농가들이 존재하는 것!

그리고 직접 동물해체 작업을 맡으며 밥상 위에 올라온 고기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엿보는 경험을 하게된다.
그후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되고 잡지 에디터라는 직함대신 인도적 도축을 알리고 육식소비 변화를 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자신의 신념을 퍼뜨리고 지켜나간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채식vs육식의 구조만이 존재하는 시대통념에 듣도보도 못한 인도적인 육식소비를 끼워넣어 삼자구도를 만든거니까.

하지만 그 어느 극단도 그 어떤 강요도 옳치 않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저자 캐머스의 선택에는 존경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채식과 육식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사회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걸 버리고 신념을 따른 한 사람의 고군분투기가 궁금하다면
만족할 책이다.

다만, 463페이지에 달하고 파트가 1,2,3부로 나뉘어 있어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초심자보다는 생각할거리를 찾고 두꺼운 책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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