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든 여자 -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도축장에서 찾은 인생의 맛!
캐머스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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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재래시장에 갔다가 어떤 아저씨가 건네는 시식용과자를 무심코 받아먹었다. 입에 넣고 몇 번 우물거리는데 머릿 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
'유레카'
태어나서 먹어본 적은 있으나 제대로 된 걸 먹어본 적이 없어 딱딱하고 불량식품스런 맛(?)으로 오명을 쓴 바로 오란다라는 전통과자였다.

"아저씨 어떻게 이런 맛이 나요?"
"방금 만든 거라 그렇죠."
나도 모르게 홀린듯 한 봉지를 사서 혼자 먹기엔 아까워 부모님께 절반을 덜어드리고 왔다.

그전까지 '푸드 마일리지'라는 말을 들었을 땐 솔직히 실감도 안났고 아무 생각도 없었다.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시간이 짧을수록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다는 뜻인데 신선할지언정 가격이 비싸진다는 생각에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오란다를 먹으니 내가 지금껏 먹은 오란다는 오란다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이 된거다.

과자도 이럴진데 육류는 어떨까? 채식주의자이지만 전통도축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난 캐머린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직접 동물을 기르고 인도적 환경에서 케어하고 불필요한 살육은 금하는 농가들이 존재하는 것!

그리고 직접 동물해체 작업을 맡으며 밥상 위에 올라온 고기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엿보는 경험을 하게된다.
그후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되고 잡지 에디터라는 직함대신 인도적 도축을 알리고 육식소비 변화를 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자신의 신념을 퍼뜨리고 지켜나간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채식vs육식의 구조만이 존재하는 시대통념에 듣도보도 못한 인도적인 육식소비를 끼워넣어 삼자구도를 만든거니까.

하지만 그 어느 극단도 그 어떤 강요도 옳치 않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저자 캐머스의 선택에는 존경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채식과 육식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사회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걸 버리고 신념을 따른 한 사람의 고군분투기가 궁금하다면
만족할 책이다.

다만, 463페이지에 달하고 파트가 1,2,3부로 나뉘어 있어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초심자보다는 생각할거리를 찾고 두꺼운 책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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