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90년대와 2000초, 중반을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등이 중심을 이루었다면 2000년 중반 부터는 젊은 작가들로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 지고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작가는 '장강명'이다. 신경숙, 은희경 등이 8~90년대의 젊은이들의 아픔을 그렸다면 장강명은 지금의 젊은이들의 아픔과 방황을 그리고 있다.
우리세대는 신경숙을 통하여 아픔과 절망을 함께 나누었다. 우리 세대가 암울하고, 분노하는 거친세대 였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색깔이 없는, 아무것도 할 것도, 할 수 있는것도 없는, 장강명의 표현에 의하면' 표백의 세대' 이다.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혁명도, 민주화도, 산업화도 모두 이루어 진완벽한 세대. 지금의 젊은세대는 기존의 완성된 틀에 자신들을 짜맞추는 것만이 유일 한 길 이며, 그 사회에 표백되어 가는 일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탈출구는 오직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성공했을때 사회에 자신들을 표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 밖에 없다며 '자살선언'을 한다.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 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우리를 포함한 우리 이후의 세대들은 혁신적인 사상을 내거나
시도할 수 없고, 그런 까닭에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가 완만하게 이루어졌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현 세대와 이전 세대가 처한 환경의 격차가 매우
뚜렷하다. 자신들의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드라마틱하게 그 시대적 사명을 이뤄낸 세대가 우리세대를 우습게 보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거나 '분노할 줄 모른다.' 고 비아냥 거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낙원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이상향은 있을 수 없기에 표백세대는 혁명과 변혁에 관한 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 본문 중 -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장강명은 탁월한 이야기 꾼이며 어둡고힘겨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는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 아픔에만 빠져있지 않고, 어둡고 슬프면서도 그것에 짓눌리지 않아서 좋다.
아무것도 할것이 없고, 이룰 것이 없어 자살로써 자신들의 목소리를낼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난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너희는 우리보다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 배부르고 팔자 편한 소리 그만 하라고? 다 그러면서 사는 거라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살다보면 좋은 날 온다고? 나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그 어떤 말로 이들을 다독이며 함께 공감할 수 있을까 지금에서야 생각을 하게된다.
치열하고 억세고 강인함을 무장하여 정신없이 산 기성세대인 우리는그 자부심이 아주 대단하다.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 우리가이룬 산업화, 너희들은 그 혜택을 누리며 사는 세대라고 큰소리를 쳐댔다.
그러나 이 모든 변혁에 개개인이 이룬 업적은 없다.그 시대에 그 자리에 있었을 뿐 내 한몸 불태워 이룬것이 아니라 모두 각자의 삶을 열심히 꾸역꾸역 살다보니 이루어진 업적들 이다.
인간의 본능은 목표가 있고, 정해진 방향과 이루어야 할 과업이 있을때 삶의 의지가 생기고, 자신의 존재가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 '인정에 대한 욕구'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패배나 사회 변혁에 없어도 적절한 수준에서 채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은 승진을 하거나 표창을 받았을 때 그런
욕구가 풀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떤 업적에 대한 욕망이랄까? 자부심을 동족시키는 데에도 그 거래를 내가 성사시켰다, 저 건물을 짓는데 내가 참여했다. 이런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작가는 자살로서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 하나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인생이 꼭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명하고, 이루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만 하는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자 그 존재 만으로, 그 삶 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완벽한 세상은 없으며 모든것이 다 갖추어진 지금의 세상도 분명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새로이 채워야 할 부분이 있다고.그걸 찾는것이 지금 젊은이들의 사명이라고 한다.

"위대한 일을 하고자 하는 욕망도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싶지 않다는바람이고 그것은 곧 다른 사람의 애정과 관심을 바라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어른스럽게 삶을 사는 법을 세연에게 보여줬어야 했다. 불행히도 우리 주위에는, 아니 한국 사회 전체에 그렇게 성숙한 삶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과업을 찾는 것이 바로 지금의 20대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 기성세대는 어른스럽게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것이 임무일 것이다. 보고 배울 어른이 없다는 시대의 울림에 기성세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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