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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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가방에서 뭔가 톡하고 떨어졌다.
떨어진 바닥을 내려다보니 노란색 작은리본이 덩그마니 떨어져있다.
작년 촛불 집회에서 받아 가방에 달고 다니던 세월호 고리였다.

-문제가 없어서 문제없었던 것이 아니라,
문제가 없는 척했고,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문제를 감췄거나, 미뤘거나, 포기했거나, 망각했기에, 문제를 정상으로 오인하며 자욱한 안개 같은 문제들 속에 함께 어울려 살았기 때문에 문제 없이 오늘 하루의 무사함을 심드렁하게 영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끄덕끄덕 흘러가는 태평한 그날그날이 4월16일의 세월호는 아닌가?-
-본문 중-

그렇게 난 또 끄덕끄덕 태평한 그날그날을 살고 있었나보다. 그 꽃다운 아이들을 보내며
내 자식인양 부르짖고, 기도하고, 간헐적 단식에 동참하며 목소리 높여 분노의 소리를 내지르던 때를 뒤로하고~나는 또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어쩜,내 자식인양 이라는 마음은 거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통해서 자기 행복을 확인 한다고 했던가? 내 아이는 저기에 없어서 다행이란 마음이 먼저 있었으리라 그래서 그 몰지각한
마음에 뉘우치듯, 내 아이같은 마음이라는 말로 덮어 씌웠을 것이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말도 안되는 해결책을 들이미는 이유는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세금을 너무 많이 쏟아 부었으니 국민 경제를 생각 하라느니, 유족이 벼슬이라는 막말을 던지던 교수,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회피의 말 등) 괴로워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이 힘들어서일 거다.
얼른 문제가 해결되어 같이 깔깔거리고 싶은 마음, 더이상 답답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 마음, 적어도 내 주변에는 행복한 사람만 있어서 나 역시 그 에너지속에서 살고 싶은 마음..... 이런 이기심이 위로가 필요한 순간 딴짓을 하게 만든다고. ~~
나의 슬픈 위로는 여기까지, 이만큼 다독여 주었으니 이제그만 마음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충고 같지 않은 충고를 해대면서.

-돌아가다니 어디로
일상으로.
사람은 언제까지 슬퍼할 수는 없는, 언제까지 끔찍한 것을 껴안고 살 수는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안심하고 살 수 있지, 잊을 수 있지.
그런 이유로 자 일상이야,
어떤 일상인가,일상이던 것이 영영 사라져버린 일상, 사라진 것이있는대도 내내 이어지는,참으로 이상한 일상.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 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 본문 중-

그런것같다 우린, 난 더이상 마음이 불편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언제까지 빚진자의 마음으로 살기가 불편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가슴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등떠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미수습자 5명의 장례를 1313일 만에 치루었다. 더이상 국민의 세금을 쓸 면목이 없다면서 가슴에 묻고 가겠다고 수색 종려를 알렸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서는 안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너무도 많다, 이젠 우리가 윤리적 선택을 할 때이다. 그것이 아이들을 잊지 않는 것이고,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끄덕끄덕 아무일 없이 행복하다고 안도하며 살아온 날들의 반성일 것이다.

-인간은 무능해서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 하고 또 인간은 나약해서 일시적인 공감도 점차 흐릿해진다. 그러니 평생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정부가 죽은 사람을 죽이려고 할때, 그런 말들은 살아남은 사람들마저 죽이려 든다.-
-본문 중-

정신분석 학자, 커뮤니케이션 학자, 사회학자,
소설가, 문학 평론가 등 여러분야의 분들이 집필한 것이라 뒤로 갈수록 다소 생소하고, 어렵고, 딱딱한 부분도 있지만 앞의 글을 터치해주며 써내려가는 옴니버스의 형식이라 차근차근 곱씹어 읽어나가니 다양한 분야에서 세월호를 생각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누군가는 기록하고, 누군가는 기억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린 그 아이들에게 진 빚을 조금은 갚아나갈 수 있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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