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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2편 꽃 핀 소녀들의 그늘에서(1부 스완 부인의 주변)는 스완과 오데트가 결혼하고 딸 질베르트를 낳는다. 스완의 오데트를 향한 1편에서의 사랑이 끝나고 15~6년 정도 지난 시점이다. 주요 배경지는 스완네 집 응접실이며 ‘나‘와 질베르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완과 화자 ‘나‘는 거의 동일시 된다. 스완의 오데트를 향한 강박적 사랑을 ‘나‘가 질베르트를 향하여 그대로 재현하는 듯하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 아닌데 너무도 똑같은 스타일의 사랑을 한다.
˝사실 질베르트가 무척 보고 싶을 때면, 나의 뛰어난 영향력에 설득된 그녀 부모님이 나를 초대하도록 하면 그만이었다. 그들은 질베르트에 대해 전권을 행사했으므로, 이런 그들이 내 편인 이상 난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가장 중요한 사유는 사랑과 예술(음악, 미술, 문학)이다. 2편 1부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본다.
첫 번째 사랑.
프루스트가 말하는 사랑은 가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정 반대이다. 사랑은 ‘아픔‘, 고통‘, 비정상적인 상태‘라 규정하다.
˝사랑에는 지속적인 고통이 따르는 법이라 기쁨이 고통을 완화하고 잠재적인 것으로 만들며 융화하기도 하지만, 매 순간 언제라도 우리가 바랐던 것을 얻지 못하면 이 기쁨은 이미 오래전에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끔찍한 고통으로 바뀐다.˝
사랑은 언제나 불안정한 상태 속에서 이루어지고 예기치 못한 변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아가페적 사랑과는 대조적인 끝없이 원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사랑은 고통을 동반한다.
˝사랑에 있어서 행복이란, 겉보기에 가장 단순하고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사고에 그 사고 자체 속에는 없는 하나의 심각성을 즉각 부여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하나의 비정상적인 상태이다.˝
˝우리가 사랑할 때 마음이 평온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손안에 놓인 것이 항상 그 이상의 것을 욕망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사랑학 개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예술(미술, 문학)
스완이 연구하는 화가 엘스티르는 실제 인물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이다. 프루스트가 실제로 좋아한 화가이며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책 표지로 유명한 ‘진주 귀고리 소녀‘를 그린 화가다. ‘나‘의 미술 취향을 따라가느라 이번에는 그림을 검색하면서 읽는 수고를 더했다.
또 하나 문학에서는 ‘나‘의 우상인 작가 베르고트를 스완네 집에서 만나는 부분이다. 흔히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처럼, 우상은 멀리서 지켜보고 동경해야 할 대상임을 ‘나‘를 통해 보여 준다. 얼굴 없는 가수, 얼굴 없는 작가의 실물이 공개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와, 저 얼굴에 저런 목소리가? 깬다. ㅜㅜ
‘나‘는 베르고트와의 첫인상에서 크게 실망하여 그의 작품까지 부정하기도 한다. ‘나‘의 편향적 사고는 투박하고 땅딸막한 그의 모습을 보고 커다란 슬픔에 빠진다.
세 번째. 신흥 부르주아 VS 전통 귀족의 대립
˝다소 혁명적인 거나 최소한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에 대해서는 언제나 반감과 두려움과 멸시를 드러냈다. 서민이든 사교계 인사든 취향이 다름을 지각하지 못하는 몇몇 무식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람들을 가까워지게 하는 것은 의견의 공동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혈족 관계다.˝
신흥 부르주아에 속하는 베르뒤랭 부인은 전통 귀족인 게르망 부인처럼 사교계 여왕이 되는 야심을 갖고 있지만 귀족 계급에 대한 배타적인 증오 또한 갖고 있다. 스완이 오데트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곳이 베르뒤랭 부인네였다. 그러나 스완은 그녀의 부르주아적 속물근성을 싫어한다. 오데트와 결혼하고 나서는 베르뒤랭네 출입을 제한한다. 이들의 가식과 허세 속물근성이 읽는 재미를 더해 3권을 완독할 수 있었다.
이제 1/4를 넘었다. 고지는 아직 멀고도 멀었는데 4권을 펴치기가 두렵다. 대하소설을 읽을 때도 책 펼치는 게 두렵지 않았는데 역시 스푸스트~~~ 3일째 표지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다음은 또 어떻게 나를 두렵게 만들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오늘은 펼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