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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평점 :
민음사 책을 다량 보유하고 있지만, 많이 알려진 작가들 위주로 편독을 하는지라, 잭 런던 이란 작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어느 분이 쓴리뷰에 극찬으로 도배되어 있기에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하다 오늘에야 읽게 되었다.
춥고 황량한 알래스카의 대자연 속에서 썰매 개 벅의 생존을 위한 투쟁과 본능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전적으로 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전혀 동물의 이야기 같지 않고, 질풍노도의 혈기 왕성한 상남자 아이의 야성과 반항의 성장 이야기 같다.
문학에서 동물의 시점으로 쓴 책은 여럿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유명한 책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과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다. 동물 농장이 부조리한 사회,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체제 대한 이야기로 그 부조리한 체제 변화의 방법으로 혁명을 선택했다면, <갈매기의 꿈> 과 <야성의 부름>은 부조리한 체제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체제를 벗어나 자신의 이상과 본능을 찾아가는 니체의 '위버멘쉬'를 실행한다.
"우리는 왜 계속 이 비참한 조건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 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의 굶주림과 고된 근본 원인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오" - 조지 오웰 <동물 농장>
갈매기 조나단은 인간이 던져 주는 먹이 따위의 관심보다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날개의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매일 같이 훈련을 통하여 역량의 한계치를 시험한다. 자신의 날개가 허락하는 더 높은 곳까지 더 빨리 날고 싶은 조나단의 꿈은 무리에게 배척을 당한다.
"왜 그래? 여느 새들처럼 사는 게 그리 어려운 거냐, 존?
비쩍 말라도 상관없어요. 엄마, 저는 공중에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그냥 알고 싶어요." - 리처드 바크 < 갈매기의 꿈>
우리의 야성미 철철 넘치는 벅은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귀족처럼 살다가, 1890년대 알래스카에서 골드러시 붐이 일자 썰매 개로 팔려 간다. 문명에 길들여진 벅. 그러나 그곳은 법과 질서와 도덕과 윤리 따위는 없었다. 선악의 구분이 없는 적자생존, 오직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 만이 존재했다. 혹독한 추위와, 필사의 생존 노력이 오랫동안 그의 몸속에 잠자던 본성을 눈 뜨게 했다. 어렴풋 이나마 종족이 번성했던 아득히 먼 옛날, 들개들이 무리를 지어 원시림을 돌아다니며 동물을 쫓아, 잡아먹던 시절을 기억했다. 추위와 맞서며 생존하는 방법, 싸움에서 승리하고 우두머리가 되는 법을 터득하고 썰매 개의 리더가 된다.
모든 개들은 썰매 끄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썰매를 끈다. 갈매기의 꿈에서 갈매기들이 나는 것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인간들이 던져주는 먹이에만 몰두하듯이 일을 해야 할 운명으로 타고난 것처럼 죽어가면서까지 썰매를 끌려 한다. 하루 온종일 썰매를 이끌고 중심가를 오가는 개들이 줄을 이었다. 말이 하던 온갖 일들을 개들이 대신했다. 그러나 벅은 썰매 개의 삶에 순응하지 않는다. 죽음을 불사한 불복종을 통하여 자유를 얻고, 자신을 부르는 야성의 부름에 달려간다. 인간 세계와 문명과 완전히 이별을 하고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당당히 살아남아 유령 개로 위버멘쉬를 이룬다.
벅의 삶은 참혹하고 비참했다. 매 순간 생명과 사지가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었다. 공명정대한 싸움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쓰러지면 그것으로 삶은 끝이었다. 그래서 결코 쓰러지는 일이 없어야 했다. 흡사 우리가 사는 사회를 말하는 것 같다. 끝없는 무한 경쟁의 사회. 넘어지면 밟히고 마는 사회. 등장하는 개들마다 이름이 있고, 사람의 성격과 심리를 분석하듯이 개들의 성격과 심리를 자세하게 묘사한다. 데이브와 솔렉스는 워커홀릭에 빠진 사람을 연상케 한다. 동물농장에서의 스펙터클한 스토리 전개와 갈매기의 꿈에서의 서정적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