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5 - 제2부 유형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을 가진 자 권력을 탐하고, 권력을 가진 자 여자를 탐하게 된다. 한강 5권에서 박부길은 군부와 결탁해 회사를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다. 그다음 그의 야심은 바로 권력이었다. 아들 박준서를 국회로 진출 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여자를 탐한다. 허진 동생, 박부길의 비서 허미경을 범하고 처참하게 내친다. 지금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시대인데 70년대는 오죽하였을까. 박부길에 당하는 허미경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속상함에 이 바보야, 칼부림을 해서라도 도망쳐야지라는 속울음을 쳤다. 그러다 문득 두 권의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묻는다. “왜 바로 그만두지 못했느냐?” 000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는 초기 피해 이후 주위에 도움을 청했다가 외면당한 뒤의 상황을 이렇게 진술했다. “사건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시간을 도려내고 또 도려냈다. 사건과 일을 철저히 분리했고, 가해자 000과 직장 상사 지사님을 철저히 분리했다. 그렇게 가해자에게서 도망치지도 소리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붙들려 살았다. 이것이 ‘해리 증상’이라는 것도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책 <김지은입니다>)
또 한 권은 권김현영이 쓴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이다. “미투를 문제 삼는 이들의 또 다른 단골 소재는 폭로의 시점이다. ‘이제 와서’라며 질책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내가 이들에게 가장 놀란 건 어떤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사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2016년 미국 폭스뉴스 회장을 성희롱으로 고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에는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후반, 피해자 중 하나인 케일라(마고 로비)는 “직장 내 성희롱은 이런 것입니다. 당신을 질문의 늪에 몰아넣어요. 그럼 끊임없이 자문하죠. 내가 뭘 했지? 내가 무슨 말을 했지? 내가 뭘 입었지?” 다른 여성들이 이어받는다. “내가 돈을 노렸다고 소문이 날까?” “내가 ‘관종’이라고 하진 않을까?” “평생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까?” 너무나 낯익은 질문들이다. 다시 케일라가 묻는다. “여기 남는다면 참고 견뎌야 할까? 다음 직장은 다를까? 아니면… 내가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다르게 만드는 것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사람이 입을 여는 건 시작일 수 있지만,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
근래 서울시의 시끌시끌함이 허미경의 이야기에 오버랩되어 가슴이 시리고 아리다.

http://aladin.kr/p/mWqqC

http://aladin.kr/p/ONMfc

http://naver.me/FeTxlR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