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6 - 구부의 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학을 퍼트렸으면서도 유학을 미워하고, 법을 만들었으면서도 법을미워하고, 하다못해 불법을 받아들였으면서도 불법을 비웃은 왕. 백성을 법에 의한 정의와 공의로 다스리며, 유교로 백성의 무지를 깨우치고 악습을 타파하며, 불교로 백성들에게 평안을 주고자 했던 왕. 나라의 체제를 정비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율령을 반포하고, 태학을 세웠지만 그가 꿈꾸는 나라는 아니었다.(작가의 주장) 그가 추구하는 나라는 공자가 죽은 나라였다.

작가는 구부의 입을 통하여 공자라는 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90년대 김경일 교수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란 책이 떠올랐다. 한국인의 내면을 지배해온 유교 문화와 그 권위와 위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이다.

"유교는 처음부터 거짓을 안고 출발했다. 유교의 씨앗은 쿠데타로 왕권을 쟁탈한 조갑이라는 한 중국인 사내의 정치적 탐욕을 감추려는 목적 아래 뿌려진 것이었다. 정치적 사건은 교묘하게 도덕적으로 위장되어 전해오다가 공자라는 한 사나이에 의해 후대에 전해졌다.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를 위한 도덕이었고, '남성'을 위한 도덕이었고, '어른'을 위한 도덕이었고, 심지어 '주검'을 위한 도덕이었다. 때문에 공자의 도덕을 딛고 선 유교 문화는 정치적 기만과 위선, '남성적 우월' '젊음과 창의성의 말살' 그리고 '주검 숭배가 낳은 우울함'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끼리끼리의 협잡을 부르는 혈연적 폐쇄성과 그로 인한 분열 본질, 여성차별을 부른 남성 우월 의식. 스승의 권위 강조로 인한 창의성 말살 교육 따위의 문제점들을 오늘날까지 지속시키고 있다. 공자의 도덕은 '힘 있는 자'와 '돈 가진 자'를 위해 봉사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사람 잡아먹는 유교이다."
-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 내용 중 -

고구려 6부 첫 장도 유교에 대한 비판으로 사람을 죽이는 '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난에 굶주린 딸을 먹이고자 부모의 제사를 지내지 못한 사내는 야만과 퍠륜이라는 죄목으로 몽둥이찜질을 받다 죽는다. 인자하기로 정평이 난 태수는 울부짖는 딸에게 사내를 때려죽이도록 한 자는 "예'라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예가 그를 벌한 것. 당장은 사람을 억압하고 괴롭힐지라도 장래엔 태평성대를 이룩할 미풍과 양속을 규정하기 위함이라 한다. 그는 살해당한 것이 아라. 예의 엄정함을 알리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거라 인자하게 말해준다.

"위대한 스승 공자께서 아무것도 없는 짐승의 야만 속에서 사람의 걸을 길을 만드셨고 영명한 태왕께서 받아들이셨다. 백성을 구제하고자, 너희를 더욱 안정된 내일로 인도하기 위함이다."
"'무지, 야만, 악습의 비례가 바로 너희의 원수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효와 예를 따르면 벌하는 이도, 벌받는 이도 사라질 터."

태학을 설립하여 유학을 장려한 구부가 지우고자 하는 것이 한의 유학이다. 구부는 유학을 말의 눈가리개에 비유한다.
그에게 유학은 생쥐를 키우는 자를 벌하고, 잘 씻지 않는 자를 벌하고, 게으른 자를 벌하고, 과식하는 자를 벌하고, 백성 스스로의 판단을 일절 금하고 아주 작은 물꼬만을 터주어 원하는 대로 끌어가는 것. 그것이 그들의 방법이고 그들의 세상이다.

"말의 눈가리개란 제가 어떻게 부림 당하는지,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세상에는 어떤 다른 것이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만드오, 이끄는 대로 달리는 일, 제 본분으로 지워진 일에 가장 충실하게 될 뿐이오. 나는 그 눈가리개를 벗기고 백성이 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 것이오. 유학 따위 저들이 얼마든지 간직하도록 두겠소. 그러나 눈가리개를 벗어낸 백성이 제 눈으로 똑똑히 세상을 보며 제 손으로 자유롭게 빚어낼 앞으로의 산물, 새로이 태어날 문물은 우리의 것이 되겠지."

학문을 닦으면서도 자유롭고 방종한 구부이기에 당연한 전통과 선입견에 오히려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의 꿈은 전쟁이 아니다. 고구려라는 나라와 맞지 않아 동생이련에 게 양위를 하고 공자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상을 만들려 떠난다. 한의 문물. 공자가 차지해버린 거대한 바다. 구부는 그 바다를 퍼내어 말려버리겠다는 그야말로 걸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법을 추리고, 예를 줄이고, 백성의 몸을 묶는 수만 관습과 규제. 백성의 눈을 가린 신분의 구분을 없앤 세상. 당당히 걷고 자유로이 공부하며 할 말을 하는 세상.

예법을 따르지 않아 죽을 수밖에 없었던 단청의 아버지. 구부는 그 단청을 의지하여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고구려의 제일의 무사, 풍수사, 학자, 화가, 도둘 꾼이 함께 공자를 무너뜨릴 구부의 군사들이다.

"헌데 폐하께서 유학을 받아들이고 태학을 지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말이 못되고 병들었다고 타지 않을 수는 없다. 다른 말이 또 있다면 모를까?
'다른 말이 없을 리가 없지 않사옵니까?'
'정제된 처세이니 일단 야만을 물리치는 데는 요긴하다.'
'하여 폐하께는 웃음거리에 불과한 유학이 백성에게는 삶을 좌우하는 법도가 된 것이군요."
"삶을 좌우한다. 그래, 태학이 세워진 이후 유자들이 지나치게 설친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다. 새로이 불법이 퍼지니 과민히 경계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유학이나 불법이나 백생의 삶을 밝히고 나라를 이끄는 해가 되지는 못한다. 어두운 밤 횃불 같은 것이 될 수는 있어도.'
'가는 길에 불과해, 내 결국 다다르는 곳은 따로 있을 것이다."

http://aladin.kr/p/5FT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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