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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2 - 미천왕, 다가오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부는 전쟁 이야기이다. 모용외가 4만 군세를 이끌고 낙랑과 대방을 공격하고. 고구려 봉상왕은 숙신에 자리 잡은 을불을 제거하려 공격을 감행한다. 낙랑과 숙신에서 벌어지는 불꽃튀는 전쟁은 한편으로는 빛나는 지략의 대결이다. 모용외와 최비의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모용외의 책사 원목중걸과 아영, 최비. 세 사람의 지략은 서로 다른 세 장소에서 똑같은 계책을 펼친다. 전쟁의 흐름 분석력과 평가, 해결 대책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세 사람의 주고받는 장군멍군의 지략 덕분에 그 어느 쪽의 희생도 없이 모용외와 최비는 의형제를 맺는다.
" 진 조정은 이미 붕괴 직전에 와 있다. 내가 낙랑에 온 것은 낙랑을 중심으로 북방 세력을 모아 진을 쓰러뜨리고 천자로 군림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는 같이할 북방세력으로 바로 너를 선택했다.'" 최비는 뜨거운 눈길로 모용외를 응시했다.
- 을불, 아달휼과 숙신을 얻다. -
낙랑에서 구한 철을 기반으로 숙신에서 힘을 기르려 했던 을불은 변방의 숙신 백성들이 거듭된 흉년과 고구려 성의 노역에 지쳐 전식(식량이 없어 죽은 자식을 삶아 먹음)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마음을 돌린다. 철을 무기가 아니라 쟁기와 호미를 만들어 생산의 부실로 피폐한 삶을 벗어나게 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하고 무상으로 철을 숙신의 도성 홀한주에 제공하고, 사재를 털어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준다. 숙신은 안국군의 땅이자 을불의 고향이었다. 과거 숙신을 징벌한 안국군 달가는 서천왕에게 간청하여 숙신 땅에 고구려의 관리를 보내는 대신, 숙신 족으로 하여금 직접 그 땅을 다스리며 살아가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달가는 고구려 백성들을 홀한주 등으로 이주시켰고 스스로도 숙신에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에 따라 달가를 유독 따랐던 을불도 숙신에서 유년을 보냈던 것이다.
진정한 왕재의 모습을 보여준 을불. 진정한 힘은 잘 훈련된 병사나 마필의 수가 아니라 백성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게 한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주군을 쫓아낸 경험이 우린 있다. 내 마음이 백성의 마음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이 내 마음 이어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숙신에 자리 잡은 을불은 원목중걸과 고구려 장수 갈구의 공격을 지략으로 물리친다. 지략을 펼치는 을불의 모습은 삼국사기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제갈공명을 방불케하는 지략은 짜릿한 통쾌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평양성 제일의 무신 갈구와 숙신 제일의 무신이자 족장인 아달휼의 대결은 무협지를 읽는 것처럼 긴장감이 팽배해진다.
" 누가 낫고 못함을 가릴 만큼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갈구가 말을 타고 전쟁을 벌이는 다수 대 다수의 싸움에 익숙한 장수였다면, 아달휼은 어린 나이부터 칼 한 자루에 목숨을 걸고 온갖 이민족의 당을 방랑한 노련한 무사였다. 갈구는 아달휼의 칼을 보았지만 아달휼은 갈구의 어깨를 보았다. 갈구는 힘을 실은 칼질에는 어깨를 크게 추어올렸지만, 작은 칼질에는 팔꿈치만을 들썩였다. 이 차이를 확인하고 때를 노린 아달휼은 갈구가 허투루 휘두르는 칼질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 아달휼의 칼은 갈구의 목덜미를 정확히 그었다."
드디어 을불, 기상천외의 지략으로 평양성을 점령한다. 국상 창조리는 관에 깃 대신 억새를 꽂음으로 을불을 왕으로 맞이한다. 봉상왕 팔 년간의 폭정이 끝나고 미천왕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 국조 동명성왕이시여! 이제 이 을불은 고구려의 왕이 되고자 합니다. 그간 조국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 날 백성과 살을 부비며 살아온바, 무엇이 백성의 바람이고 무엇이 임금의 해야 할 일인지 가슴으로 보았습니다. 이 세상 어느 목숨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이 을불은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제 백성은 무겁고 소중하며 임금이 오히려 가벼운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몸으로 실천하고자 합니다."
2부 앞 부분은 다소 밋밋하고 지루한 감이 있었으나 전쟁 장면에서는 그 소용돌이에 함께 휘돌아간 듯 몰입감이 좋았다. 다소 아쉬운? 섭섭한 부분은 모용외를 너무 호걸, 영웅, 대인배로 설정한 부분이다. 고구려를 다루면서 근동의 인물들을 자세히 다룬 것은 좋았지만 너무 과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섭섭함이 든다.
"신하란 때에 따라 공을 세울 수도,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신하는 유능한 자가 아니라 정직한 자이다. 나는 중걸의 정직함을 높이 사는 것이다. 군주는 외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신하의 정직에 목말라한다. 나는 이번에 중걸을 데리고 오지 않은 걸 크게 후회하면서 그 이유가 중걸의 지혜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중걸의 보고를 받으며 느꼈다.. 내가 그리워했던 건 지혜보다 는 정직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