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도 군대생활 해나가기는 어려울 게요. 군부에서도 벌써 광복군 출신이나 학병 출신들은 한직이나 난직으로 밀리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분야에서나 그레이샴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잖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 세상을 살아갈수록, 어떤 일을 성사시키는 덴 적기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 큰일일수록 더 그렇지, 반민특위는 그 적기를 찾지 못햇네, 특위를 발족시킨 뜻이야 백번천번 좋았지만, 뜻만 가지고 일이 되나, 특위 활동이란 애초부터 흉기 든 강도 맨손으로 잡겠다는 식이었고, 토끼가 호랑이한테 덤비는 격이었지 뭔가, 민족반역자들을 처단하여 민족정기를 세우고 민족정의를 살리자, 이 얼마나 당연한 일인가, 그러나 백번 당연한 명분만으로 일이 되는가, 특위 활동이란 무슨 계몽운동이나 순화운동이 아니라, 죽이고 죽는 목숨을 내건 싸움이었단 말이네, 특위 활동을 시작하면 친일반역자들이 꼼짝을 못할 줄 알았다면 그거야말로 어리석도록 순진한 감상이지, 그들이 그 정도 양심을 가졌다면 아예 친일도 반역도 하지 않았겠지. 그 목숨을 내건 싸움의 폭발이 이번 사태고, 특위는 당연한 패배를 한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