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승은 빨갱이‘란 말을 무수히 되풀이했다. 그 말은 
지칭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호칭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건 말이 아니었다. 공격의 무기였다. 지칭이든 호칭이든 
상관없이그 말은 되풀이될수록 기묘한 마력으로 육박해왔다김범우는 그 말이되풀이될 때마다 자신의 의식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는 위축감을 느껴야 했다. ‘빨갱이‘라는 
말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라는말과는 그 색깔이나 
냄새나 느낌이 판이하게 달랐다. 그건 극악한 범죄자의 
대명사였고 극형의 죄목이었다. 그 말은 해방 이후 
수삼년에 걸쳐 그 어떤 말보다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 느낌 이 그렇게 살벌하거나 
증오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익승의 입에 오른 그 말은 
처형의 살기를 뿜고 있었다. 그 말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선택의 자유권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지만 
생존권까지 좌우하 게 된 상황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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