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존 귀경거리고 말고라. 죄는 진 대로 가고 공은 닦은 대로 간다고,
즈그놈덜이 평소에 옳이 사는 사람덜 아프고 씨린 맘 몰라주고 행투고약허게 해감서 배 터지게 묵고 살았응께 고렇게 당혀서 싸제라. 고것들이 하나썩 죽어 자빠지는데, 씨엉부 잘됐다, 씨엉쿠 잘되았다, 허는 소리가 속에서 절로 솟기드만요. 고런 맘이 워디 나 혼자뿐이었을랍디여. 말을 안 혔응께 그렇제 귀경허는 전부가 다 똑겉은 맘이었을꺼구만이라."
문 서방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 있었다. 그의 눈은 증오로타고,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김범우는 하나의 악마를 보고있었다. 아버지를 위해 눈물을 머금던 아까의 그 착하고 선량하던 모습은 간 곳이 없었다. 김범우는 섬뜩하게 끼쳐오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사고(考)를 정리하려 하고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전혀 다른 두 모습의 문 서방, 그 어느쪽이 진짜인가. 어떻게 한 사람이 그렇게 표변할 수 있는가. 그 어느쪽이 진실인가. 사람이 어떻게그토록 이중적일 수 있을까. 그때 퍼뜩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있는자들은 자기들만 사람인 줄 알지. 더러 그렇지 않은 우등생도 있지만말야. 난 그 단순한 자만을 고맙게 생각하네. 거기에 우리가 설 자리가 있고, 그게 그들 스스로가 빠져들어갈 함정이니까." 염상진의 말이었다.
그러므로 그 두 가지 모습은 다 문서방의 참오습인 것이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면서 외부의 영향과 상황에 따라 그것은 반응하는 것이다. 만약 아버지가 악한 지주였다면 문 서방은 여지없이 악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 서방의 악은 악이 아니라 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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