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 되고 삼 년을 거쳐오는 동안 쉴 새 없이 일어난 사회 격랑과 정치적, 사건들은 하나같이 민족의 운명을 불행 쪽으로 몰아붙이는 것들뿐이었다. 그의 의식 속에서는 성난 소가끄는 수레바퀴처럼 그가 겪어내고 목격했던 수많은 사건들이 제각기 소리치고 냄새 풍기며 굴러가고 있었다. 그 격렬한 회전을 하는 사건 들은 멀리로는 학병시절에서부터 가까이는 금년 봄에 치른 단독선거에까지 걸쳐진 것이었다. 그 기억의 수레바퀴는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점점 가속도가 붙었고, 그에 따라 그의 감정도 열도를 높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고, 그 절정에서 그는 문득 현실이라는 절망의 벽을 만나고, 그 순간 그의 뜨거워진 가지은 그만큼의 반대 온도로 일순간에 냉각되어버리고, 그 감정은 조각조각 깨지면서 그를 절망의 바다로 끝도 없이 빠뜨려가는 것이었다.그는 마치도 주기적 발열을 보이는 열병을 앓듯 어떤 충격적 사건에부딪치거나,극히 염려스러운 문제가 야기되면 또 감정의 회전을 되불이하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