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자로서 볼 때 조선의 지식인들은 참 문제가 많습니다. 조국이 식민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느 나라에서나 배반자와 반역자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문제고, 어느 계층이냐가 문제겠지요. 현재 조선의 심각성은 지식인들의 배반과 반역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 영향력은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바로 지식인들의 명망성을 생산해냅니다. 지식인들치고 그 명망성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 다. 그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구는 지식인이 되고자 공부를 할 때부터 의식·무의식적으로 잉태되는 본능 같은 것 아닙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전생애를 하나님 앞에 바치기로 서원한 우리 성직자들에게도 명망성의 유혹이 있습니다. 그러니 일반 지식인들이 갖는 그 욕구가 얼마나 강하고치열할 것인지는 더 말할 것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식인들이 향유하는 사회적 영향력과 명망성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식인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수용하는 것은 누굽니까. 대중들입니다. 지식인들의 명망성을 만들어준 것은 누굽니까. 그것도 대중들입니다. 그러므로 대중들은지식인들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만큼 그들에게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다할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책임과 의무의 부여를 지식인의 사회적정이라고 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조선지식인들의 문제는 바로 그 사명인식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은 
본능만 있을 뿐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이성은 없다 그런 말입니다. 그러니 상황세 따른 기회주의와 이기주의에 능하게 되고, 식민치하에서도 출세하고 유명해지고 싶은 본능만 자꾸 발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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