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환은 솔직했어야 한다. 생각이 달라졌다고. 미리 통고
했어야 한다.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그랬으면 서로 웃는 얼굴로 헤어졌을 것이다.
어디 마음 변하는 것이 민동환뿐인가. 소위 지식인이라는 것들의 변절 경쟁은 얼마나 심한가. 가지가지 변명과 괴변들을 늘어놓으면서. 그런 자들에 비하면 민동환은 오래 견디어온 편이고, 속으로는 진작부터 변질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민동환이가 이런 식으로 일을 꾸미기 전에 벌써 눈치를 채고 물러가 주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민동환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오히려 잡지를더 바르게 세우려고 의지 강한 필자들만 동원해댔으니 … 그래, 더 이상 자존심 상해하지 말자. 악랄은 곧 비열이 아니더냐. 어차피 오래 갈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그의 악랄을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그의 비열은 불 쌍하게 생각하자. 내가 더 감정을 상하는 건 저런 부류들에게 지는 것이다. 그 충격을 깨끗이 씻어내고 여길 떠나자. 서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