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한일합방이 되자 여러 유생들의 잇따른 할복 속에 매천 황현 선생도 끼여 있었다. 그분의 할복에 대하여 아리랑>의 한 주인공인 손판석은 "왜 아까운 생목숨을 끊느냐. 그럴 강단이 있으면 그 아까운 학식 가지고 만주땅으로라도 가서 싸움에 앞장서야 할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 그는 농민 출신으로 의병투쟁을 하다가 사로잡혀신작로 공사판에서 강제노동을 하는 상황에서 황현의 할복 소식을들은 것이었다.

 그건 단순히 손판석의 생각이었을까? 그랬을 리가 없다. 작가로서나는 그 당시 지식인들의 잘못된 선택을 지적했던 것이고, 나아가오늘의 지식인들의 바른 삶을 예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민족이 똑같은 불행에 처했을 때 작가인 나 자신의 진로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확인 없이 <아리랑>이란 소설을 쓸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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