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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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단 한 문장으로 헤세는 10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아직까지도 10대들의 필독서로 자 리잡고 있다. 그로인해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 계에서 가장 많이 데미안을 읽었다는 수식어를 가지게 되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나 또한 이 문장에 이끌리어, ~~~인척하고 싶은 마음에 십대 때 처음 읽었다. 더 정확히는 독일을 사랑한 전혜린 때문이었다. 전혜린을 통하여 난 독일을 동경하게 되었고 헤세에 빠 졌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건 이 한 문장 뿐 이 었다. 내 십대 때 데미안은 실패? 였다. 너 무도 내면의 세계를 좇는 싱클레어가 버겁고 힘이 들었다.한마디로 어려웠다. 무슨 말 인지 를 몰랐다.

이십대 때 다시 데미안을 펼쳤다.
데미안이 깨고자 한 알(세계)이 자기자신 임을 알았다.

"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러나 완전히는 알지 못했다. 왜? 그토록 자 기자신을 파괴하며 자신과 세상을 마주하려 했 을까? 거기까지 였다. 나의 20대는 죄충우돌, 우왕좌왕, 갈팡질팡 살아내기에 바빴다.내게도 깨뜨려야 할 알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삼십대 때는 안정과 안락함에 데미안을 잊어버 리고 살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 다시 데미안을 펼쳐들었다. 그토록 알을 깨고자 사투를 버리 던 싱클레어가 궁금해졌다. 그는 알을 깨고 나 와 맞닥뜨린 세계에 만족 했을까?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이데아. 두세계의 여정을 담은 이야 기 이다. 혹독하리 만치 자신을 파괴 하는 과정을 통과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이데 아의 세계.

" 그곳에서는 두 세계가 뒤섞였다. 밤과 낮이 두 극으로 부터 나왔다. 사랑과 엄격함, 모범 과 학교, 인생이 맑고 깨 끗하고, 아름답고 정 돈된, 그 세계의 이름은 어머니와 아버지 였다. 반면 또 하나의 세계는 냄새도 달랐고, 약속하 고 요구하는 것도 달랐다. 그 두번째 세계는 소 란하고 요란한 것, 음침하고 폭력적인 것이 존 재하는 아주 격렬한 세계 이다. 그 것은 아주 좋았다. ~~나는 밝고 올바른 세계에 속했다. 그러나 내가 눈과 귀를 향하는 곳 어디에나 다 른 것이 있었다. 나는 다른 것들 속에서도 살고 있었다. 한동안 내가 가장 살고 싶어한 곳은 금 지된 세계 안이었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
사스."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선과 악, 밝음 과 어둠, 참 과 거짓, 축복과 저주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압 락사스이다.

활화산 처럼 뜨거운 불덩이를 가슴에 품고 사 는 시기가 있다. 폭발직전의 활화산 처럼 혈기 왕성 함과, 주체할수 없 는 마음의 요동들, 이 유없는 객기와 반항, 세상의 부조리 함, 힘의 권력을 인식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그때 를 우리는 사춘기라 명명한다. 10살의 싱클레 어는 활화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안락함 의 세계에서 거친 세계가 있음을 경험하게 된 다. 그 경계는 서로 닿아 있으며, 힘이 지배하 는 곳이다. 싱클레어는 그 힘에 굴복되어 저지 르지도 않은 도둑질을 떠벌림으로 친구 크로 머에게 혹독하게 시달린다, 그때 데미안이 도 움을 준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독심술과 혜 안의 신비로운 힘에 동경과 정신적 지주로 삼 는다. 데미안의 세계는 감각너머의 세계이다. 싱클레어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과 안락함, 평 화로움, 밝은 세계를 깨 뜨리고 나와야 맞이 할 수 있는 세계 였다. 싱클레어는 두 려워 졌다. 자신을 깨뜨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가 두렵고 떨려 데미안을 의식적으로 외면 한다. 데미안이 떠나고 그에대한 커다란 그리움에 정신적 방황을 시작한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숭배해야 했고 또다른 이상을 찾아 쾌락을 쫓 는다. 그런 그에게 베아트리체가 나타났고 또 다른 세계를 알려 준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잣 신의 부서진 삶의 폐허에서 환한 세계를 지으 려 다시 노력 한다. 새로운 이상, 이데아를 찾 는 싱클레어에게 에바부인은 그 길의 안내자 가 되어준다.

"에바 부인에 대한 내 사랑이 내 삶의 단 하나 의 내용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날마다 다 르게 보였다. 더러 나는, 나의 본질이 이끌려 지향해가는 것이 그녀라는 인물이 아니고 그녀 는 다만 내 자신의 내면의 한 상징이며, 나를 다만 더 깊게 내 자신 속에 인도하려 한다는 것 을 확실하게 느낀다고 생각했다. "

에바 부인과 데미안은 감각적 세계의 인물이 아니다. 싱클레어가 깨뜨려 찾아가야 할 이데 아의 세계, 감각너머 인식의 세계였다. 부상을 입고 야전병원에서 만난 데미안은 또다른 데 미안, 싱클레어 자신 이었다.

"내가 필요할 때가 오면 내면에 귀를 기울여라 ,라는 말을 떠올리며 싱클레어는 자신이 또 다 른 데미안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가 찾는것은 밖에 있지 않고 우리 속에 있 다. 행복을 찾아 멀리 떠났더니 행복이 곁에 있 었다고 하지 않던가. 싱클레어라는 현재의 세 계에서 데미안이라는 내면의 세계 소리를 따라
감으로 드디어 찾게된 세상.

에바 부인을 싱클레어가 사랑한 여인, 친구의 엄마로만 생각했던 내 십대. 그건 불편함 이었 고 충격 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혹자는 그런 호기심으로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마도 더 깊이있게 읽지를 못했던것 같다. 그렇기에 책 은 나이 변화 때마다 다시 읽어야 하는것 같다. 처음에 각인된 생각을 떨쳐 버리기란 결코 쉽 지 않지만 말이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때 접 한 책은 더 그런것 같다.

어느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는 인간이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 우리 안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 보 지않는다. 소설을 읽다보면 문득 소설 속에서 나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기 모 습을 이해하고, 긍정하게 된다고 한다. 중학교 때는 자기가 다 괴물같이 느껴진다. 모습이 변 하고 이상한 충동과 욕망 들이 생기는데. 그 누 구와도 나눌 수 없을 때, 소설을 읽어 보면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하마터면 저 지를 뻔 했던 일들을 저지른 애들로 가득차 있 다. 질풍노도의 군상들의 인물들이 오래전 부 터 있었고,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이런 충돌들 들이 당연하고 자여스러운 일이며, 내가 괴물 이 아님을 알게하고, 내 마음이 이런거 였구나. 그러면서 감정에 언어가 부여 되어 감정을 훨 씬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 난다.

질풍노도의 시기.세상을 향해 마구 주먹을 날 리다가도 몸을 움츠려 한없이 자신의 속으로 속으로 파고들어가던 시기. 그런 자신을 자각 하지도 못했던 시기. 그때 데미안을 더 깊이 읽 었더라면 지금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 아기로 태어나 아이가 되고, 소년이되고 청년기를 지나 성인이되고 노인이 되기까지 그 많은 변화의 과정 중 가장 격정적이고 폭발적인 시기는 소년에서 청년으 로 넘어가는 시기 뿐 이다. 이시기에 데미안이
곁에 있다면 큰 길동무가 될것 같다. 이상한 놈
이 여기도 있네, 다행이다.라고 안도 할 수 있 을것 같다. 아이에게 몆번을 데미안을 권했었 다. 아이는 외면했다. 이십대를 시작하는 어느 날 스스로 데미안을 집어들더니 다시 덮어 버 렸다. 아직은 자신을 깰 용기가 나지 않는것 같 다. 지금의 안락한 세계를 깨고 맞닥뜨릴 세계 를 아직은 불안해 하는것 같다. 지금의 나를 깨고 나오면 또 다른 내가 시작 된다는 걸 아직 은 모르는듯 하다. 나도 늦은 나이에 알았으니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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