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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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담백한 책이다.
같은 글이라도 어떤 글은 별 감흥이 없는데, 어떤 글은 끌림이 있다. 글에도 감정이 있어 글쓴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뻔한 얘기, 흔한 주제이지만, 왠지 끌리고 공감이 간다.
뻔한 이야기들 속에 작가만의 강렬한 철학과 신념 담긴 문장들이 툭, 툭, 튀어나온다. 작가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장들이다.

"통풍이 나쁘면 집이 섞고, 그 집에 사는 사람도 병에 걸린다고 믿으셨다.
그 믿음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 싶다."

사람과의 관계는 바람이 통할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바람이 통할 정도의 거리.... 밀착되어 있으면 짓물러 진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 유지.

자기만의 토대를 갖준 당당함이 묻어나있다.
고통 속에서 가치를 찾고, 타인은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기쁨을 발견하고 누릴줄 안다.

'남들만큼'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유지할 줄 아는, 타인의 기호대로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기호대로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따른 모든 결과에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가 돋보인다.

주변 관찰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쓰듯 가볍게 훌훌 쓴 글에 부담이 없다. 훈계나 일장 연설이 없어 가볍게 읽기에 좋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작가의 씩씩함이 표지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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