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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 열린책들 / 199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생 동안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한 사람. 그러나 죽음로 담담히 걸어 들어간 사람, 막시밀리안 에른스트 애기디우스 좀머.
사람들이 좀머 씨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사실은 근방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좀머 씨를 알고 있었다. 텅빈 배낭을 짊어지고, 길다랗고 구부러진 지팡이를 늘 손에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묵묵히 걸어다니기만 하는 좀머 씨. "이상한 일은 그에게 아무런 볼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것인지?
방랑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무엇 때문에 그가 그렇게 잰 걸음으로 하루에 열 여섯 시간까지 근방을 헤매고 다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진짜 이름도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어린 소년 '나'의 눈을 통하여 바라본 좀머 씨의 기록. 존재 했으나 존재하지 않은 듯 산 은둔자 좀머 씨는 작가 본인 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를 제발 그냥 놔두시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어른을 위한 동화.
장 자크 상베의 삽화 덕분에 어릴적 추억을 상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와 같은 책이다.
쥐스킨트가 '향수' 이후 낸 책으로 쥐스킨트가 이렇게 여리고 부드러운 동화와 같은 이야기를 썼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잔잔하고 따스한 한 소년의 성장, 관찰 이야기 이다.
이 야기와 장 자크 상페의 삽화가 너무도 잘 어울려 꼭 상페가 쓴 책 같다. 주인공 '나'는 상페의 그림에 나오는 꼬마 니콜라를 연상케 한다. 어쩌면 한없이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로 느켜질 것을 장 자크 상페 삽화 덕에 따뜻한 동화가 된것 같다. 쥐스킨트가 상페의 덕을 톡톡히 본듯 하다.
세상에 자신의 발자국만 여기저기 남겨놓간 좀머 씨. 쥐스킨트의 발자국과도 같은 '비둘기', '콘트라베이스', '깊이에의 강요' 을 남겨두고 그가 지금은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 하다.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데 어디선가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책 읽기가 어려운 어른,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 어릴적 추억이 그리 청년, 모두 읽기에 부담없어 강력 추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