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흰* (한강)

표지에는 한강 소설 이라고 쓰여있다.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에세이 같기도하고, 사진집 같기도 하다.
흰 것에대한 이야기.
무엇이 작가를 이토록 예민하게 하고 아프게하는 것일까?

'흰' 것이 작가에게는 먹먹함 이었고 가시지 않는 버석함 이라는게 느껴진다.

강보.
배내옷



파도
흰색
흰돌
하얗게 웃다
백지
흰개
흰나비
아랫니
백발
수의
.
.
.

활로 철현을 켤때 나오는 슬프고 기이하고 새된 소리처럼 이 단어들은 작가의 심장으로 들어가 '하얀 웃음'이 된다.

짧은 단락의 단상을 읽으며 에세이 라고 생각했는데 읽고나니 한강 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쓴 소설 이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죽은 언니에(달떡 같이 흰) 대한 추모사!

"그렇게 당신이 숨을 멈추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결국 태어나지 않게 된 나 대신 지금까지 끝끝내 살아주었다면.
당신의 눈과 당신의 몸으로, 어두운 거울을 등지고 힘껏 나아가주었다면."

"그러니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작가는 이제껏 그렇게 언니와 마주하며 살았다.
태어난지 두시간 만에 죽은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작가.

흰것의 단어에서 나온 환부의 문장들 사이에 흰 거즈를 덮고 숨기를 망설이는 작가.
하얗게 웃음으로 이젠 자신 안의 것으로 부터
결별하기를 바란다.

'하얗게 웃다.'
" 너는 하얗게 웃었지
가령 이렇게 쓰면 조용히 견디며 웃으려
애썼던 어떤 사람.

그는 하얗게 웃었어
이렇게 쓰면(아마) 그는 자신 안의
무엇인가와 결별하려
애쓰는 어떤 사람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는 거북한 것들을, 힘든 것들을 외면하려고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절대로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지도, 도망가지도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자세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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