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90년대 어느날 갑자기 혜성과 같이 그녀가 나타났다.
기존 여느 여류 시인 같지 않게 내숭 없고 솔직함을
내세우며 등장했다.
사색적이거나 아름다움은 없었다.
솔직함이 그녀의 장점 이다.
외설 스럽기 까지한 그녀의 당당한 자기 표현력.

투쟁의 80년대를 살아내고 삶의 일상으로 돌아감에 대한
미안함을 시집에 고스란히 담아 냈던 그녀가 소리없이
사라졌다.
영원한 글쟁이 일줄 알았던 그녀가 세월이 훌쩍 지나
뉴스로 자신의 존재를 다시 드러냈다.
반가움 아닌 반가움에 시집을 찾았다.
어디엔가 있어야 했던 시집이 없다.
그녀와 함께 사라져 버렸나 보다.
다시 책을 주문했다.
그녀의 솔직함이 다시 느껴졌다..

그녀가 시에서 쓴것처럼
일상으로의 복귀가 죄스러워 사라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였단다

[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섞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 디마디 꼬여 있다고
그러나 심장 한귀퉁은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
동맥에서 흐르는 피 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
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나도 충분히 부끄러워할 줄 안다고
그때마다 믿어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
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
자위 끝의 허망한 한모금 니코틴의 깊은 맛을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
양치질할 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낸다고
상처가 치통처럼, 코딱지처럼 몸에 붙어 있다고
아옛 벗어붙이고 보여줘야 하나
아아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아직도 새로 사작할 힘이 있는데
성한 두 팔로 가끔은 널 안을 수 있는데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문단의 기득권 때문에 시집을 출판 할 수도 없었고
원고 청탁도 없어 타의에 의한 백수아닌 백수로 생활고를
격기도 했단다.

그녀가 시로 다시 돌아 오기를 바란다.
아직도 문단에는 그녀의 솔직함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