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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누나를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
어디선가 누나의 혼도 어른 거리고
있을 텐데
그곳은 어디일까.
몸 없이 누나를 어떻게 만날까.
몸 없는 누나를 어떻게 알아 볼까
계속해서 내 몸은 썩어졌다."
중학생 정대는 누가, 왜, 자신과 누나를 죽였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체 산속 구덩이에 열십자로 켜켜이 쌓여 썩어져가는 시체들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았을때 궁금해졌다.
몸뚱이로 부터 끌어당기는 힘을 잘라내 그들을 향해 날아가 묻고싶었다.
왜 자신을, 누나를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지금쯤 정대는 알고 있을까? 그 살인자가 아직도 살아있고,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 민주화운동" 이 아니라, 광주사태 라고 말하며,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들이 그토록 무서워 외면하지 못한 "양심"이 그 살인자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살아남은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과거로 부터 억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고문으로 고통에 갇혀 사는 사람들, 이유도 모른체 죽은 사람들, 가족을 잃고 빈 껍데기로,
허망한 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아직도 우리 곁에 함께 살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살인자에게서 아직까지 그 이유를 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작가는 그 빚진 마음 때문에 이 이야기를 썼다.
어린날 아무것도 모르던 나이에 아버지 책장에 숨겨져 있던 사진첩을 몰래 보고 인간의 잔혹함과 존엄을 동시에 마주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인간의 존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을 했으며 광주의 이야기를 자신의 숙제로 여겼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끔찍하리 만치 잔혹한 폭력을 마주하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존엄함을 마주하게된다.
그 두 갈림길에 모든 인간은 서있다.
그늘지고 축축한 눈 쌓인 길, 밝게 빛이 비치는 꽃이 피어 있는 길, 작가는 소년을 부르며 우리를 밝게 빛이 있는 쪽으로 우리를 이끌어 달라며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때의 희생자들의 거미줄 같은 끈을 끊어 주고 싶어 졌다. 훨훨날아가 그에게 이구동성으로 물어보라고 왜 자신들이, 무슨 이유로, 어떤 죄목으로 처참하게 죽어 나동그라 졌는지 물어볼 수 있게...
아니 그건 우리들의 몫이다.
작가처럼 우리에게도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그 숙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책을 처음 읽은 때 부터 해마다 이 맘 때면
소년을 부르게 된다.
새로운 5.18 관련 서적이 나오면 찾아 읽는다.
같은 내용 일지라도 늘 가슴에 다가오는 아픔은 새것이다.
표지의 안개꽃을 볼때마다 깊은 슬픔과 외로움의 사람들이 보여가슴이 아려온다.
작가는 원래 표지를 "소년의 손"으로 하길 윈했다는데 그 소년의 손이 이끄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 했던것 같다.
여리고 예민한 유리와 같은 성격의 작가 그런 자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 한 작가 그 예민함이 "소년이 온다"에 고스란히묻어 있다.
이젠 양심의 가책에서 조금은 벗어 났기를 바란다.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그날 도청에 남은 어린 친구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 양심의 보석을 죽음과 맞바꿔도
좋다고 판단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