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의 90%를 무신론자로 살며 기독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성경을 연구하던 분이 70의 늦은 나이에 신앙을 갖게 된 회심의 고백록.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라는 수식을 증명하듯 어려서부터 영적인 목마름과 굶주림, 죽음을(Memento Mori) 사색하셨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쌀자루를 채우기 위해서 기도를 드리지만 오히려 이 무신론자는 무거운 쌀자루를 비우고 내려놓기 위해서 그리고 방 안을 물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혼으로 채우기 위해서 기도를 울렸던 겁니다. 쓰레기가 쌓여가는 내 방을 빛과 향기로 채우기 위해서"

이 책은 지성인 이어령에서 영성의 이어령으로 가는 그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있다. 지성에서의 인간의 삶은 무엇이고 그 속에 하나님이 어떻게 임하시는지, 그가 왜? 기독교라는 신앙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얼마나 많이 아닌 척 외면을 했는지, 왜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일기와, 시, 강연, 기사와 편지글로 전하고 있다. 흔히 이성(지성) 적인 사람은 믿음을 갖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는 그 편견을 깨고, 지성이 영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의문은 지성을 낳지만, 믿음은 영성을 낳습니다. 지성과 영성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의심 속에서 끝없는 의문 속에서 지성은 커집니다."

"신앙을 가지면 번뜩이는 감각, 냉철한 비판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더 큰 영성에 의지한다면 지성이나 두뇌 순발력이 더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지성을 버리는 게 아니라 넘어서는 거니까요. 지성은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입니다."

"이제 저는 믿지 않는 자들이 아니라 믿는 자들을 상대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더 이상 교회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인사이더입니다. 아웃사이더가 하는 말은 비판입니다. 인사이더가 '우리 의식'을 갖고 하는 말은 비판이 아니라 협력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초판이 발행됐을 때다. 10년이 넘어 다시 이 책을 찾게 된 것은 나는 아직도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어령 교수의 고백이 다시금 듣고 싶어졌다. 나에게 그 길을 알려 줄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시기심과 질투심이 생겼다. 어쩜 이리도 지적이고 모든 고백이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다윗이 시를 써 하나님을 찬양한 시편과 견줄만하다는 생각에 너무도 부럽고 질투가 났다. 나도 이렇게 아름답게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성경 마태복음 7장 7절-8절에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 라고 하셨다.
나에게는 두드림 찾고자 하는 열망이 부족해서 성경을 읽어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하나님을 비판하고자 성경을 읽었지만 알고자 하는 열망에 자신도 깨닫지 못한 두드림이 영성을 체험하게 한 것이다.

"자신이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하나님은 절대 열 수 없습니다.
지성이라고 하는 욕망이 두드리려고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안 주시는 것이지, 지성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두드리면 다 열어 주십니다."

책 끝부분에 딸 민아에 대한 슬프고도 애틋함이 눈시울을 적신다. 유명한 학자이며 최고의 지성인으로 이런 고백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인간적인 망설임까지 솔직하게 고백하시니 친밀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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