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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 - 분열의 정치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시간 ㅣ 서가명강 시리즈 41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주관적 리뷰입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글로 배운 세대다. 6월 민주항쟁이나 5.18.을 직접 겪지 않았고 내가 고등학교 때는 현대사에 관한 부분은 교과서 몇 장으로 요약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밤에 갑작스럽게 내려진 비상계엄으로 인해 나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집에서 아이들을 재우다가 갑자기 난리난 단체 카톡방의 속보 전달 소식으로 급히 티비를 켰다. 글로만 배우던 비상계엄이 실제 내려진 것이었다.
이 책은 서울대 정외과 강원택 교수의 서가명강 시리즈 41번째 책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우리나라는 어떻게 민주주의 과정을 거쳐왔는지, 현재와 미래의 해결책까지 자세하고 알기 쉽게 얘기하고 있다.
1부에서는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가 비상계엄 이후로 확 떨어졌다. 10.26 사건 수사를 명분으로 전두환이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불법 연행하여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군권을 장악한 12.12사건부터 전두환의 1980.5.17. 비상계엄 확대 반대 시위였던 5.18., 김대중의 사형 선고와 김영삼, 김대중의 8.15 공동 선언, 1987년 6월 항쟁과 6.29.선언으로 노태우 대통령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 나라 민주주의의 초석이 다져졌다.
2부에서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발전해온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야기한다. 대통령들 모두 공과 과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측면만 놓고 봤을 때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 정책, 대북 접촉 및 타협과 양보의 정치를 보여주었다. 군 출신 대통령이란 한계도 있었고 전두환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사법적 책임은 끝내 묻지 않았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에 이르러 고문관의 문제와 집정관의 문제를 해결하며 하나회를 척결했다. 김대중 정부는 화해와 통합의 정치의 아이콘이다. DJP 공동정부 뿐만 아니라 자신을 괴롭혔던 두 전직 대통령 박정희, 전두환에 대해 용서하고 화해와 타협을 이끌어냈다.
3부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386 세대 초선 의원들이 정치적 타협과 협약의 정신에 대해 소극적이며 보수 정당을 적법한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국정과제로 삼아 보복의 정치를 실행하고, 후임 정부가 전임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고 하는 것이 정치적 책임성을 묻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남을 말하고 있다. 한국 민주화는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화 운동 세력 간 타협, 상호 인정과 공존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적폐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운동권 특유의 도덕적 우월감을 내포하고 포퓰리즘 정치로 전락했다고 평한다.
4부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이냐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독점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선거제도를 바꾸고 다당제로 들어서야 하며,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행정 수반의 직책을 총리에게 주는 것을 권하고 있다.
공존과 타협의 정치 실종이 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있는 이유이며 그 예로 탄핵과 같은 정치의 사법화로 인해 상호 존중과 절제의 불문 헌법적 사회 규범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비상계엄은 정당화, 합리화될 수 없지만 그전까지 당시 야당은 대통령제 안에서의 타협과 공존, 협력을 무시했다고 저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정치 얘기라면 신물났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고 오래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민주주의와 정치의 올바른 방향을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