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와 브라운 씨 - 반짝반짝 아이디어 여행
폴 스미스 지음, 샘 어셔 그림, 한소영 옮김 / 바바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창의적이지 못한 나는 반짝반짝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람들이 부럽다. 내 아이들은 나처럼 정형화된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톡톡 튀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고른 책.



심지어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다. 내가 아는 그 브랜드 폴스미스?! 맞나보다.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그가 어린이를 위해 만든 첫 번째 그림책이라하니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아이에게도 읽혀주고 싶지만 그것보단 우선 내가!



무스와 브라운씨는 실제로 폴 스미스의 지인인 듯하다. 브라운씨는 패션디자이너고 무스는 그 디자인 작업실의 직원이다. 서로 아주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라는데, 이 두 사람이 모티브가 되어 쓴 어린이 동화책이다.

재밌게도 브라운씨는 원숭이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스는 양 같기도 하고. 어쨌든 동물의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스는 몬티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몬티는 무스와는 무척 성격이 달랐다. 무스와 몬티가 알래스카에서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 날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타버려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때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브라운씨를 만난 무스는 코끼리손수건을 시작으로 다양한 얘기들을 하며 호박벌 박쥐가 거꾸로 매달릴 때 빗물이 코에 안들어가도록 해줄 방수코트까지 얘기하는 브라운씨에게 이끌려 작업실을 가게 되고 함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몬티를 찾기로 한다.


작업실 그림은 나도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당히 섬세하면서도 아이의 시선에 맞게 그려진 그림이다.

상상력의 향기가 진동하는 작업실에 박쥐모델이 거꾸로 매달려 있고 그 사이로 천을 재단하는 토끼와 알록달록 색깔들은 아이도 나도 한참을 다음페이지로 넘기지 않고 이 페이지를 바라보게 했다.


무스는 목이 긴 기린을 위한 목도리, 펭귄을 쉬한 파카, 치타를 위한 운동화도 만들 수 있을거라는 말을 하고 브라운씨는 정말 기발한 생각이라며 함께 일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일본에서 꼬리를 잃어버려 하늘을 날지 못하는 하늘다람쥐를 위해 무스는 꼬리가 달린 바지를 만들어 줄것을 브라운씨에게 제안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캥거루의 옷을 만들어주었다. 뉴욕에서도 달콤한 향기나는 바지를 스컹크에게, 대머리독수리에겐 모자를, 곰에겐 털신을 주었지만 몬티는 어디에서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프랑스 파리로 떠난 브라운씨는 무스를 위해 패션쇼의 앞자리를 예약해두었고 브라운씨의 아이디어를 보러 수많은 동물들이 패션쇼로 몰려왔다. 브라운씨는 무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소개하고 마침내 쇼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브라운씨의 모자 열개를 쓴 몬티였다! 뉴욕에서 만난 곰에게 알래스카에 있는 친구를 통해 몬티의 소식을 전해준다면 빵을 평생 공짜로 먹게 해줄 것을 제안한 브라운씨덕분에 무스와 몬티가 다시 만나게 된 것.

서로가 드림팀인 그들은 더없이 좋은 친구들인 것이다.



책 중간중간 기발한 아이디어가 정말 매력적인데, 치타를 위해 잘 달릴 수 있도록 운동화를 생각한 것이라든지, 목이 긴 기린이 춥지않게 긴 목도리를 만들어주는 것 등은 동물들 즉,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관찰해도 알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 저 친구 입장이라면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잠깐 스치듯 만난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최고의 드림팀으로 발전시킨 브라운씨의 호의는 가진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진정한 마음의 나눔이다.

어쩌면 창의성이나 아이디어는 그냥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되는, 아니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부터 어떤 물건의 필요성이 생각나고 그로부터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우리 사회에 창의성 이전에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 공감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폴스미스의 자전적 이야기같기도한 무스와 브라운씨. 내 아이의 마음에도 내가 느낀 그 마음들이 자라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또와 사라진 코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11
심수영 지음, 김세진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슬슬 첫째가 옛날 이야기를 좋아할 나이가 되어가는 듯하다. 이 책은 <몽키마마 우리 옛이야기> 시리즈 중 11번째, 사또와 사라진 코 이야기다. 뚜렷한 권선징악 이야기도 좋지만 악인이 뉘우치는 이야기가 더 신선하고 정감간다. 악인에게도 기회를 줘야지.



제목에 사또 라는 이름부터가 악인 스멜이다. 왜 이렇게 우리 대부분에게 사또는 좀 못된 이미지일까. 춘향전 변사또가 큰 역할을 한듯 싶다. 역시나 첫 장면은 욕심 많은 사또가 석장승의 코를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포졸들에게 코를 떼오라고 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석장승 코를 누가 먼저 떼갔다고 했더니 쥐잡듯이 그 범인을 잡아오라던 사또. 석장승 아랫집에 사는 여인을 좋아해 주변을 어슬렁거렸단 이유만으로 심증이 곧 물증으로 둔갑하여 협박에 못이긴 청년 하나가 자기가 코를 떼어 갔다고 거짓 자백을 했다.(왜 자꾸 현대역사가 생각나는지?)

다행히도(?) 코만 떼어오면 용서해주겠단 말에 코처렁 생긴 아무 돌멩이 주워다가 사또에게 준 청년. 사또는 욕심많은데 게다가 어리석기까지 하다.

근데 그와중에 떠돌이 장사꾼이 석장승 코를 가져왔단다. 그것도 이끼가 잔뜩 묻은. 그 이끼는 코털이라는 것이다. 그 장사꾼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 사또는 장사꾼을 쫓아냈다.

그런데 석장승 밑에서 물이 솟아 마을이 물에 잠기는 일이 일어나자 무당을 불러 이유를 알아보고 사태 수습을 하려하는 사또. 무당은 석장승이 코가 없어 숨을 못 쉬고 계시니 얼른 코를 붙여야된다고 한다. 사또가 가진 가짜 코를 붙여봤자 소용이 없음을 알고 그 장사꾼이 진짜 코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쫓아버린 장사꾼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무당은 사또 재산의 절반을 제물로 올린 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물난리가 그친다고 말하고 어쩔수 없이 마을 사람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나눠준다.

그런데 허탈해하는 사또에게 백성들이 다가와서 사또 덕분에 살았다고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는 거다.


저렇게 다들 자기보고 활짝 웃는데 어찌 맘이 안따뜻해질 수 있겠는가. 사또는 그 길로 장사꾼 찾는걸 멈추고 해마다 석장승에게 진심어린 제사를 지내며 개과천선했다는 얘기!



뒷장에는 영어로도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영어 배우는 초등학생들도 내용을 알고 다시 영어로 리딩해도 좋을 듯 하다.

또한 거북선과 고인돌, 돌하르방, 해녀에 대한 이야기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우리 민족문화의 상징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구성되었다.



딸은 이야기가 재밌는지 계속 읽어달라 한다. 아직 내용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진 못해도 가장 핵심인, 너무 욕심부리면 안된다는 것은 알았다. 또, 베풀어야한다는 것도. 사실 어린 아이에게 베풀고 나눠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참 힘들다. 게다가 요새는 차라리 때리고 오더라도 맞고는 오지말라고 가르치는 세상 아닌가. 우리집 첫째도 동생에게 절대로 핑크와 엘사는 빼앗길 수 없다. 둘째가 아무리 울어도 안된다. 가끔 양보해줄 때 하해와 같은 액션으로 칭찬해준다. 조금 빌려줄 때, 양보해줄 때 동생이 얼마나 기쁜 표정이냐고 말하지만 본인한테 크게 와닿지는 않는듯 하다. 왜냐면 억지로 물건을 준 본인의 기분은 몹시 슬프기에...ㅋ

내가 생각지 못한 아이의 감정도 있었다. 아직 돌에도 감정이 있다고 믿는 나이이므로 코가 없어진 석장승을 위로도 했다. 사또의 욕심때문에 코를 잃어버린 석장승이 많이 아팠겠다는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아이다. 결국 석장승도 코가 제자리에 있어야 마을이 무탈인 것이다. 때론 내가 가진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사람들의 따뜻함이라든지 이웃간의 정이라든지. 결국 사람은 관계에서 오는 힘이 크다. 친구와 혹은 동생과 서로 내꺼야!하고 욕심을 부려 싸우면 물건은 가질 수 있지만 친구를 혹은 동생과의 우애를 잃을 수 있다. 그게 더 큰 아픔이라는 걸 아는 날이 오겠지. 그동안 계속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주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딱이야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민 레 지음, 댄 샌탯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한다는 핑계로 열심히 아이 둘을 우리 엄마, 아빠께 맡겨 놓고 있다. 아이들은 다행히도 나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했지만 점점 커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노고를 기억하지 못하고 엄마인 나를 더 찾는 느낌이다. 나는 내 딸들이 좀 더 오랜 시간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를 나보다 더 사랑하고 아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커서 자기 생각이 뚜렷해지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더 이해하기 힘들어 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 딸들과 내 엄마, 아빠의 사이에 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듯한 할아버지와 손자가 바쁜 엄마의 출근으로 인해 어색한 생활을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늘 똑같은 반찬, 밥인가보다. 티비 프로그램도 할아버지가 보는 프로그램은 손자가 보는 것과 흥미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늘 뭔가 큰 벽이 있는 것 같고 침묵만 흐른다.

그러다가 손자의 숙제로 그림그리기가 있었나보다.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는 손자를 보던 할아버지는 스케치북을 들고 와서 손자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처음으로 서로를 그림 속에서 마주보게 된다.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이 통하지 않는 손자와 할아버지는 그동안 서로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그림이 너무 다채롭고 아름답다)

물론 그림 하나만으로 해묵은 거리감이 싹 없어지는 것은 아닐터였다. 순간순간 엄습해오는 거리감은 어쩔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손자는 더 이상 할아버지가 두렵거나 그 거리감이 두렵지 않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손자는 손자 나름대로 나름의 해법을 찾기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그 애쓴 결과 어쩌다보니 그림이라는 매개체로 하나가 된 그 순간, 그 자체 그대로 행복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그림으로 하나된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행복하게 품안에서 웃고 있다.


아무말 없이도 우리는 딱이라고 말이다.

엄마가 돌아오고 다시 할아버지와 헤어지는 시간이 와도 그들은 서로의 붓과 크레파스를 쥐고 함께 웃어보인다.



그림 색이 너무 예뻐서 아이와 함께 즐겁게 봤다. 딱 몇 세용 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그림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질 것 같고 조금 큰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어 뿐만 아니라 나이 차이, 경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사람들간의 소통 부재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없이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조금 나와 다르지만 지금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접점을 찾아가는 손자와 할아버지를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아이의 관계를 돌아본다.

우리는 조금 각자 다르지만, 뭐 어때? 그건 너고 이건 나야. 그리고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

그림책을 통해 많이 배우는 요즘이다. 아이도 나도 성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이름 여섯자만 봐도 나는 가슴이 뛴다. 오래 전 읽었던 연금술사, 오 자히르는 내가 삶의 방향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생각나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에세이를 더욱 보고 싶었다. 짧든 길든 그의 문장 안에 녹아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따라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짧은 문장들이건 긴 문장들이건 분명 그의 문장 속에는 힘이 있다. 따뜻한 그림 배경과 어우러져 한 줄 한 줄 멈춰서 생각해보게 한다. 그의 문장에는 힘이 있고 울림이 있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춘, 슬럼프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 지루한 일상에 자극이 필요한 사람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을 살아감에 대해 슬며시 내던지는 작은 글귀들은 나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나는 요즘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져 있다. 뭔가 변화를 원하면서도 뚜렷한 목표를 상실한 채 표류하는 느낌이다. 바쁜데 나를 위한 시간은 없다고 투덜대기 일쑤고 발전이 없는 느낌. 요즘 나는 행동하지 않는 불만투성이였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시간을 낭비하지말라는 글귀를 읽었는데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돈을 낭비하라고 했다.(이 와중에 그럼 진짜 확 돈을 낭비해버려?하고 생각했으니 아직 정신 못차린거다) 시간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하루하루는 긴듯하지만 크게보면 벌써 여기까지 왔나,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었나 싶다.


성공하고 싶을때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 내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나아가기만 했구나 깨달음도 얻었고, 감정에 충실하라는 부분에서는 내가 나이를 먹어가며 얼마나 주위의 불필요한 환경에 눈치를 보고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도 느긋하게 조금 쉬어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쉼이 없으면 나아감도 없는 법. 적절한 휴식과 전진이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책을 읽다보면 명상하는 느낌이다. 한 구절 한 구절 조금씩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나에게 대입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과 나의 주변, 그리고 인생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연금술사나 오자히르같은 소설이 파울로 코엘료의 그런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면 이 책은 저자가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전진하되 적절히 휴식하고 가장 소중한 것은 내 곁에 내 맘속에 있으니 놓치지 말라고 말이다.

그의 에세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축복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 분명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 고전. 동물농장. 커서 조금은 세상을 더 알고 읽으니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더불어 소련 공산주의같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된 역사 공부의 필요성도 느꼈다.



수퇘지 메이저가 죽기 전 설파하고 간 그의 지론에 감화를 받은 동물들은 그의 사후에 그의 가르침을 받들어 동물 세상을 바꾸려 한다. 그 중, 말재주는 없지만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끝까지 해내는 나폴레옹, 쾌활하고 말이 유창하며 생각이 기발한 스노우볼, 언변이 좋고 설득력있는 스퀼러 이렇게 세 마리 돼지들은 동물주의라는 사상체계를 정립하여 주인이 자러 가면 비밀 모임을 가지고 사상을 다른 동물들에게 설명한다.

동물들 중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투철하거나 지금 생활에 만족하는 암말 몰리, 거짓말쟁이 갈까마귀 모제스 등은 설득이 쉽지 않았고, 당나귀 복서나 클로버는 비밀 모임을 지지하는 훌륭한 조력자였다.



결국 주인 존스 씨가 먹을 걸 제때 안줘 배고픈 상황에서 동물들이 갑작스레 봉기를 일으켰고 생각보다 쉽게 동물들이 농장을 점령했다. 인간들은 모두 쫓겨났고 농장은 모두 동물의 세상이었으며 인간들 어깨너머로 문자를 독학한(?!) 돼지들이 동물농장이란 팻말도 붙였다. 그리고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은 그간 공부하며 요약한 동물주의 원칙인 7계명을 공포했는데, 마지만 조항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였다.



물론 동물들이 모두 7계명을 이해하고 글자를 아는 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은 문자를 습득하지 못했으며 제일 똑똑한 건 돼지들이었다. 우유와 사과 등은 주로 돼지들이 힘든 정신 노동을 하고 동물 복리후생에 신경쓰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돼지들에게 거의 다 돌아갔다. 나폴레옹은 갓 태어난 강아지 등 어린 동물들의 교육이 중요하단 이유로 어미에게서 떼어내 교육을 시켰다. 사상교육의 중요성을 돼지들은 알았던거다. 현재의 북한과 더불어 익히 알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가 오버랩된다.

어쨌든 동물 집단 봉기사건은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퍼지고 존스를 포함한 인간들의 습격도 스노우볼의 진두지휘로 물리쳤다. 그러나 이와중에도 꼭 반체제자들은 있어서 흰 암말 몰리는 이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마을로 도망쳐 새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치장하고 산다. 그러던 중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이 풍차건설 문제로 대립하다 나폴레옹이 스노우볼을 무력 축출한다. 이때 나폴레옹이 예전에 교육시킨 갓 태어난 강아지들이 성견이 되어 스노우볼 축출에 한몫 했다. 다른 동물들 중 이에 항변하고 싶었지만 언변이 부족해 말못하는 동물들이 있었고 말 복서는 나폴레옹이 언제나 옳으며 자신이 좀 더 일하면 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사실 복서는 이 책에서 가장 우직하고 성실하며 불쌍한 동물이다. 자신이 도살장에 끌려가는지도 모르고 나폴레옹을 덮어놓고 지지하던 복서가 꿈꾸던 장밋빛 미래는 공산주의에서 단지 이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풍차건설에 반대하던 나폴레옹은 돌연 스노우볼이 얘기했던 풍차건설은 사실 자신의 계획이었다며 동물들에게 노동을 부가했고 급기야 부족해지는 자원으로 인해 인근 농장 인간들과 거래를 하기로 했다며 인간과의 접촉을 금지했던 계명을 스스로 깨버렸다. 우둔한 동물들은 계명을 읽을줄 몰랐으므로 그 말이 맞겠거니, 혹은 자신들의 기억이 잘못된거겠거니 했다. 돼지들은 급기야 농장 집안을 점거해 안락한 침대에서 자고 생활했는데 집은 사용하지 않는다던 계명 역시 어긴 것이었다.

복서 등 동물들의 고된 노동으로 반쯤 완성된 풍차가 바람에 전부 박살나버리는 일이 생겼고 나폴레옹은 이를 스노우볼의 짓이라며 사형선고를 내려 그를 잡아오면 훈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존스와 결탁하고 있다고까지 했는데, 동물들은 모든 나쁜 일들이 스노우볼때문이라고 여겼다. 이 부분은 참... 왜인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 조롱거리가 되었던 그분이 생각난다. 그러는 중에 일부 암탉들이 자신의 알 거래 중지를 위해 소규모봉기를 벌였지만 제압되고 나폴레옹은 더욱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모든 일을 스퀄러를 대변인삼아 처리하게 하고 개들을 앞세워 자신을 지킬 뿐이었다. 또, 나폴레옹에게 봉기하거나 반대의견을 내세운 동물들을 강제자백하게 한 뒤 곧바로 동물들 앞에서 처형시켰는데, 스노우볼과 결탁했다는 이유였다. 동물들은 그 피비린내 앞에서 얼어버렸지만 동물들은 다시금 자신들이 주인인 동물농장을 보며 존스 시절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하기로 결심했다.

나폴레옹은 이제 그냥 나폴레옹으로 불리지 않았다.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라는 연호가 꼭 붙었고 미니무스는 그에 대한 충성심 가득한 시를 지었으며 그의 초상화와 함께 계명 옆에 붙였다.

그러는 동안 동물들의 스노우볼에 대한 의심과 그와 결탁한 동물들의 자백 및 자살 사건도 발생했으며 핀치필드 농장 소유주인 프레드릭에게 목재를 팔았다는 나폴레옹의 발표에 동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간 겉으로는 필킹턴의 폭스우드 농장과 우호관계인듯 하며 안으로는 프레드릭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와중에 목재를 팔고 얻은 지폐가 위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레드릭 측의 인간과 동물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풍차가 박살나고 많은 동물들이 죽었지만 인간들을 다시 후퇴시키고 승리했다. 복서는 그 전쟁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죽은 동물들의 장례가 거행되었다.

어쩐 일인지 돼지들은 갈수록 살이 찌고 점점 지위가 높아져 갔으며 다른 동물들은 먹는 양이 더 줄었다. 스퀼러는 존스 시절보다 먹는 양도 더 많고 자유도 더 많다고 소리 높여 동물들이 그 사실을 믿게 만들었다. 농장 유일 수퇘지인 나폴레옹은 수많은 암퇘지들가 새끼를 낳게 했으며 그 새끼 돼지들은 다른 동물들과 분리된 교육을 받았다. 동물농장은 자주 행진을 했고 대통령도 유일무이의 후보 나폴레옹으로 만장일치 선출했다. 복서는 풍차를 재건하다 쓰러졌는데 그를 치료해준다고 실어간 마차는 말 도살 문구가 적힌 마차였다. 글을 읽을 줄 아는 뮤리엘, 벤자민이 황급히 마차를 멈추려 했지만 늦었고, 스퀼러는 자신이 직접 복서가 병원에서 치료받다 죽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 마차는 수의사가 백정에게 사들인 후 페인트를 지우지 않아 생긴 오해라고 했다.

수년이 지나고 뮤리엘도 죽고, 존스도 죽고 봉기를 기억하거나 예전 생활을 기억하는 동물도 없어졌다. 다 늙어버린 클로버가 벤자민에게 계명을 읽어달라고 했을 때 그 계명에는 딱 하나만 적혀 있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돼지들은 이제 뒷다리로 서서 두 다리로 걸으며 존스 씨가 입던 옷을 입고 필킹턴 씨와 사이좋게 앉아 좌담을 나누고 카드놀이를 하며 축배를 들고 있고, 하층 계급의 적은 식량배급, 긴 노동, 자유 통제에 대해 치하했다. 돼지와 인간이 마지막에 카드 놀이를 하다 싸우는 장면에서 인간이 돼지인지 돼지가 인간인지 분간하기 힘든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스노우볼은 어디로 갔을까? 몰리는 동물농장을 떠나 더 행복해졌을까? 드문드문 나타났던 갈까마귀 모제스는 결국 누구의 편이었던걸까.



개인의 재산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공동의 재산 소유를 표방하는 공산주의는 빈부격차를 없애고 공동체의 재산이 곧 구성원의 재산이라는 아름다운 논리를 들이밀지만, 이런 체제는 일하기 싫어하는 꼼수쟁이들이나 개인의 탐욕같은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일 뿐이다. 권력의 맛을 본 나폴레옹이 평등과 주인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허울 아래 우매한 동물들을 그럴듯하게 설득시키고 선동시키는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는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자본주의의 약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각국에서 모색하고 있다. 결국 동물농장도 나폴레옹의 독재라는 치명적 단점과 함께 돼지들의 사유재산이 늘어나며 자본주의의 방향으로 어쩔 수없이 나아가게 된다. 인간의 욕망이 자본주의와 끊어질 수 없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면 이 고리가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도 들어있고 세계사도 들어있다. 동물에 투영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과 당시의 스탈린주의 실상을 은유적인듯 직접적으로 파헤친 정치소설로 큰 의미가 있다. 더불어,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 속 동물농장이 그러하였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