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첫째가 옛날 이야기를 좋아할 나이가 되어가는 듯하다. 이 책은 <몽키마마 우리 옛이야기> 시리즈 중 11번째, 사또와 사라진 코 이야기다. 뚜렷한 권선징악 이야기도 좋지만 악인이 뉘우치는 이야기가 더 신선하고 정감간다. 악인에게도 기회를 줘야지.제목에 사또 라는 이름부터가 악인 스멜이다. 왜 이렇게 우리 대부분에게 사또는 좀 못된 이미지일까. 춘향전 변사또가 큰 역할을 한듯 싶다. 역시나 첫 장면은 욕심 많은 사또가 석장승의 코를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포졸들에게 코를 떼오라고 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석장승 코를 누가 먼저 떼갔다고 했더니 쥐잡듯이 그 범인을 잡아오라던 사또. 석장승 아랫집에 사는 여인을 좋아해 주변을 어슬렁거렸단 이유만으로 심증이 곧 물증으로 둔갑하여 협박에 못이긴 청년 하나가 자기가 코를 떼어 갔다고 거짓 자백을 했다.(왜 자꾸 현대역사가 생각나는지?)다행히도(?) 코만 떼어오면 용서해주겠단 말에 코처렁 생긴 아무 돌멩이 주워다가 사또에게 준 청년. 사또는 욕심많은데 게다가 어리석기까지 하다. 근데 그와중에 떠돌이 장사꾼이 석장승 코를 가져왔단다. 그것도 이끼가 잔뜩 묻은. 그 이끼는 코털이라는 것이다. 그 장사꾼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 사또는 장사꾼을 쫓아냈다. 그런데 석장승 밑에서 물이 솟아 마을이 물에 잠기는 일이 일어나자 무당을 불러 이유를 알아보고 사태 수습을 하려하는 사또. 무당은 석장승이 코가 없어 숨을 못 쉬고 계시니 얼른 코를 붙여야된다고 한다. 사또가 가진 가짜 코를 붙여봤자 소용이 없음을 알고 그 장사꾼이 진짜 코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쫓아버린 장사꾼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무당은 사또 재산의 절반을 제물로 올린 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물난리가 그친다고 말하고 어쩔수 없이 마을 사람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나눠준다.그런데 허탈해하는 사또에게 백성들이 다가와서 사또 덕분에 살았다고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는 거다.저렇게 다들 자기보고 활짝 웃는데 어찌 맘이 안따뜻해질 수 있겠는가. 사또는 그 길로 장사꾼 찾는걸 멈추고 해마다 석장승에게 진심어린 제사를 지내며 개과천선했다는 얘기!뒷장에는 영어로도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영어 배우는 초등학생들도 내용을 알고 다시 영어로 리딩해도 좋을 듯 하다. 또한 거북선과 고인돌, 돌하르방, 해녀에 대한 이야기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우리 민족문화의 상징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구성되었다.딸은 이야기가 재밌는지 계속 읽어달라 한다. 아직 내용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진 못해도 가장 핵심인, 너무 욕심부리면 안된다는 것은 알았다. 또, 베풀어야한다는 것도. 사실 어린 아이에게 베풀고 나눠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참 힘들다. 게다가 요새는 차라리 때리고 오더라도 맞고는 오지말라고 가르치는 세상 아닌가. 우리집 첫째도 동생에게 절대로 핑크와 엘사는 빼앗길 수 없다. 둘째가 아무리 울어도 안된다. 가끔 양보해줄 때 하해와 같은 액션으로 칭찬해준다. 조금 빌려줄 때, 양보해줄 때 동생이 얼마나 기쁜 표정이냐고 말하지만 본인한테 크게 와닿지는 않는듯 하다. 왜냐면 억지로 물건을 준 본인의 기분은 몹시 슬프기에...ㅋ내가 생각지 못한 아이의 감정도 있었다. 아직 돌에도 감정이 있다고 믿는 나이이므로 코가 없어진 석장승을 위로도 했다. 사또의 욕심때문에 코를 잃어버린 석장승이 많이 아팠겠다는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아이다. 결국 석장승도 코가 제자리에 있어야 마을이 무탈인 것이다. 때론 내가 가진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사람들의 따뜻함이라든지 이웃간의 정이라든지. 결국 사람은 관계에서 오는 힘이 크다. 친구와 혹은 동생과 서로 내꺼야!하고 욕심을 부려 싸우면 물건은 가질 수 있지만 친구를 혹은 동생과의 우애를 잃을 수 있다. 그게 더 큰 아픔이라는 걸 아는 날이 오겠지. 그동안 계속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