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와 브라운 씨 - 반짝반짝 아이디어 여행
폴 스미스 지음, 샘 어셔 그림, 한소영 옮김 / 바바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창의적이지 못한 나는 반짝반짝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람들이 부럽다. 내 아이들은 나처럼 정형화된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톡톡 튀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고른 책.



심지어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다. 내가 아는 그 브랜드 폴스미스?! 맞나보다.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그가 어린이를 위해 만든 첫 번째 그림책이라하니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아이에게도 읽혀주고 싶지만 그것보단 우선 내가!



무스와 브라운씨는 실제로 폴 스미스의 지인인 듯하다. 브라운씨는 패션디자이너고 무스는 그 디자인 작업실의 직원이다. 서로 아주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라는데, 이 두 사람이 모티브가 되어 쓴 어린이 동화책이다.

재밌게도 브라운씨는 원숭이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스는 양 같기도 하고. 어쨌든 동물의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스는 몬티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몬티는 무스와는 무척 성격이 달랐다. 무스와 몬티가 알래스카에서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 날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타버려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때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브라운씨를 만난 무스는 코끼리손수건을 시작으로 다양한 얘기들을 하며 호박벌 박쥐가 거꾸로 매달릴 때 빗물이 코에 안들어가도록 해줄 방수코트까지 얘기하는 브라운씨에게 이끌려 작업실을 가게 되고 함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몬티를 찾기로 한다.


작업실 그림은 나도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당히 섬세하면서도 아이의 시선에 맞게 그려진 그림이다.

상상력의 향기가 진동하는 작업실에 박쥐모델이 거꾸로 매달려 있고 그 사이로 천을 재단하는 토끼와 알록달록 색깔들은 아이도 나도 한참을 다음페이지로 넘기지 않고 이 페이지를 바라보게 했다.


무스는 목이 긴 기린을 위한 목도리, 펭귄을 쉬한 파카, 치타를 위한 운동화도 만들 수 있을거라는 말을 하고 브라운씨는 정말 기발한 생각이라며 함께 일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일본에서 꼬리를 잃어버려 하늘을 날지 못하는 하늘다람쥐를 위해 무스는 꼬리가 달린 바지를 만들어 줄것을 브라운씨에게 제안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캥거루의 옷을 만들어주었다. 뉴욕에서도 달콤한 향기나는 바지를 스컹크에게, 대머리독수리에겐 모자를, 곰에겐 털신을 주었지만 몬티는 어디에서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프랑스 파리로 떠난 브라운씨는 무스를 위해 패션쇼의 앞자리를 예약해두었고 브라운씨의 아이디어를 보러 수많은 동물들이 패션쇼로 몰려왔다. 브라운씨는 무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소개하고 마침내 쇼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브라운씨의 모자 열개를 쓴 몬티였다! 뉴욕에서 만난 곰에게 알래스카에 있는 친구를 통해 몬티의 소식을 전해준다면 빵을 평생 공짜로 먹게 해줄 것을 제안한 브라운씨덕분에 무스와 몬티가 다시 만나게 된 것.

서로가 드림팀인 그들은 더없이 좋은 친구들인 것이다.



책 중간중간 기발한 아이디어가 정말 매력적인데, 치타를 위해 잘 달릴 수 있도록 운동화를 생각한 것이라든지, 목이 긴 기린이 춥지않게 긴 목도리를 만들어주는 것 등은 동물들 즉,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관찰해도 알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 저 친구 입장이라면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잠깐 스치듯 만난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최고의 드림팀으로 발전시킨 브라운씨의 호의는 가진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진정한 마음의 나눔이다.

어쩌면 창의성이나 아이디어는 그냥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되는, 아니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부터 어떤 물건의 필요성이 생각나고 그로부터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우리 사회에 창의성 이전에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 공감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폴스미스의 자전적 이야기같기도한 무스와 브라운씨. 내 아이의 마음에도 내가 느낀 그 마음들이 자라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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