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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평점 :
tvn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본 적이 있다. 게을러서 책을 누가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지식인들이 추천하는 양질의 도서를 읽고 나도 뭔가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양서를 읽고 내 인생이 뭔가 변화의 지점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이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도서들을 꽤 읽었는데, 성인이 되어서야 <동물농장>, <호밀밭의 파수꾼>같은 명고전을 읽게 되었고 <지리의 힘>같은 책도 나에게 많은 지식을 선사해준 책이다.
30회의 여정을 끝내고 tvn스토리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그게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다. 책 관련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좋은 프로그램이었고 여기서 추천하는 책 역시 꽤 읽었다. <수학자의 아침>이나 <쓰고 달콤한 직업>, <개소리에 대하여>,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클라라의 태양> 등을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지점과 지식인들이 책들을 소개하며 느낀 지점을 비교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모두 챙겨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던 찰나에 이 프로그램에서 다룬 책들을 소개하는 책이 출간된다고 해서 너무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는 과학, 환경 분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침묵의 봄>이후로 가장 많은 걸 느끼게 한 책이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교수님의 추천이며 복원력을 상실한 지구의 문제를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수학자의 아침>은 수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의 책이어서 빌려보았는데 나의 예상과 다르게 시여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수학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를 상상한다"는 문장은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한다. 수학은 너무나 단정한 이미지인데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차갑고도 따뜻한 학문, 수학이 더 친근해지게 된 시들이다.
천운영 작가님의 글을 알게 되고 읽게되어 영광이었다. <돈키호테의 식탁>도 여기서 소개되지 않았지만 따로 빌려 봤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아, 작가는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느꼈다. 글들이 포근하고 따뜻하면서도 단정하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책이 무척 얇아서 도서관에서 빌려 와서는 만만하게 봤다가 이 책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한 편의 거대한 인문학 논문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논문 작성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아, 용어의 정립이라는 건 이렇게 하는거구나 정말 많이 배웠다. 개소리를 개소리같지 않게 정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책을 읽으면 삶이 변화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 변화가 너무 조금씩이라 내가 지금 당장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단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조금씩 쌓아가다보면 내 인생도 달라지는 순간이 오겠지, 하고 있던 찰나에 수많은 양서들을 추천해준 이 책이 더욱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 중에는 읽고 나서 아무 것도 안남는 책들이 정말 많다. 나는 단언컨대,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이 그저 그런 책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 책들도,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준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다양한 북소믈리에의 향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