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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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말에 대한 고민이 크게 없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말을 하고 듣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하는 말에는 나의 인격이 드러난다.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고민이 많았던 내게 대화의 밀도, 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은 류재언변호사가 살아오면서 느낀 '말'에 대한 생각 및 저자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꾸려진 책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 같아 저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고, 나와 비슷한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사는 것이 좀 더 나은 방향일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저자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좋았다. 아내, 아이들과의 관계와 대화, 장인어른, 장모님과 아버지, 어머니와의 이야기나 일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느낀 말의 힘을 얘기하고 있어서 더 친근하고 쉽게 읽히는 에세이였다. 특히 내가 공감했던 부분은 상어식 대화법이 아닌 고래식 대화법을 하자는 것이다.

고래식 대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에 어울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하며 경청하는 와중에 필요할 때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고래식 대화는 단단한 자존감과 절제된 에고(ego)가 전제되어 있기에, 이들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무시하거나 비교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와 정서를 나눈다.
p.24

내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한 뼘의 여유를 갖고 일상의 대화를 복기하는 자세를 말하는 부분에서 남을 비난하거나 탓하기 전에 자기를 되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대화에서 누구의 말이 완전히 맞거나 틀린 건 없다. 말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담겨 있고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동인데, 그래서 저자는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성급함을 견디는 사람들을 신뢰한다고 말한다.
관계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나이를 들면 다들 그렇게 느끼는가보다. 나도 테이블(4인)을 초과하는 사람들과의 정신없는 대화를 싫어하는데 저자도 가급적 둘이서 만나는 자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둘이서 대화하면 어떤 시간보다 더 깊게 교감할 수 있다. 굳이 나를 불필요하게 포장하거나 드러내야하는 자리는 이제 지양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해서 말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다. 내가 단단하지 않으면 어떠한 관계도 편할 수 없다. 100점짜리 사람은 없고 우리 모두 장점 70, 단점 30을 가지고 있는데 70을 보며 살 것인가 30을 보며 살 것인가가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게도 말고 내가 지치지 않게 잘 돌봐가면서 나의 장점 70에 집중한다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저자가 인상깊게 읽고 타인에게 권할 만한 에세이를 추천해줘서 특히 좋았다. 나도 선물로 책을 주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에게 어떤 책을 권하면 좋을지, 나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나도 이 책들을 다 읽어볼 생각이다.
이기주의 <말의 품격>과 비슷한 느낌의 책이었다. 나의 언어 습관이나 타인과의 관계 시 대화 어투 등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으며 저자의 인생 방향에 공감하고 나도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을 시작으로 가치관을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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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정신현상학 - 자유의지, 절대정신에 이르는 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병창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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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철학책을 읽는 걸 좋아하게 됐다. 나도 만약 수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철학이나 윤리같은 걸 전공했을 것 같다. 밥벌이와 전혀 상관없이 공부하고픈 걸 하라하면 말이다.
헤겔, 하면 관념론, 절대주의, 변증법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서양 철학사에서 헤겔을 제외하고는 논의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가 미친 철학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책에서는 헤겔이 주목했던 또다른 개념인 자유의지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실천적 자유의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헤겔이 추구했던 핵심이 곧 자유의지이고 헤겔이 도달하려 했던 최종 목적은 곧 공동체적 자유의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와 공동체를 다시 정의하는 이론적 문제부터 시작하여 실천적 문제까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감각적 확신, 지각, 지성 장은 인식의 차원을 다루는데 여기서 다루어지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의식에 속하는 것이며 그 끝에 생명 개념이 출현한다. 자기의식 장은 자기의식 사이의 관계를 다루며 의지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역사적 과정이다. 이성 장은 다시 인식을 다루며 그 끝에 법이 나온다. 여기서 사회적 규범인 정의가 인식되며 정신 장은 실천적 의지를 다시 다룬다. 이 끝에서 헤겔은 종교지와 절대지로 이행한다. 절대정신은 헤겔의 목표였던 공동체적 자유의지를 다룬다.
헤겔의 한계를 말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헤겔은 교환 관계가 충분히 발전된 사회에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 불평등이 교환의 질서에서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봤다. 현실적으로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헤겔은 그것을 교환관계에서 출현한 사회정의가 소외된 방식으로 출현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후의 설명들도 역시 철학적이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하나하나 톺아보니 저자의 설명이 이해가 갔다.
헤겔은 어떻게 소외를 극복할까. 개인의 자아에 대립하는 소외된 정신적 본질세계에서 출발하는데 개인은 자기를 교양하면서 자신을 정신적 본질에 일치시키는 것을 통해 소외를 극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현실속에서 발견하는 건 몰락이며 여기서 개인은 신앙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앙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신앙은 이중적이며 신앙의 지반은 정신적 본질 즉 신인데 헤겔은 계몽주의가 신앙에 대해 승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헤겔 본인도 신앙, 종교에 대한 생각이 점차적으로 변화했던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을 알고 싶어 헤겔의 종교철학 관련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마치 역사의 여정과도 같은 헤겔의 철학. 형신적 자유의지에서 실천적 자유의지를 거쳐 공동체적 자유의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유의 성장이 더 커지고 깊어진다. 개인과 공동체에 대해 갈수록 더 골이 깊어지는 것같은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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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는 거꾸로 공부한다
최승복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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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는 최재붕교수가 2019년에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며 이때부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나는 스마트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만큼 스마트하지 못하고 늘 아날로그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점점 아날로그와 멀어지는 것 같다. 그것도 너무 빠른 속도로 말이다. mz세대라는 말은 좋은 측면보단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어 개그로도 풍자되고 있다. 나는 mz세대와 포노사피엔스가 겹친다고 생각하는데,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와 만나는 학생들은 모두 포노사피엔스들이고 아날로그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며 늘 폰을 잡고 유튜브, 게임만 보고 사는 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왔음이 사실이다.(물론 그런 나도 폰 중독자이면서...)
그런 와중에 교육부 공무원으로 장기간 재직해온 최승복님이 쓴 이 책의 제목에 흥미가 생겨 서평단 신청을 했다. 저자도, 저자의 아내도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였다고 한다. 두 딸들은 또 얼마나 공부를 잘할까, 라고 당연히 생각하겠지만 저자의 둘째는 스스로 결정하여 중학교를 잠시 그만다니고 요리학원을 다니다가 다시 복학하고, 대학교 가서도 다시 휴학하며 자기 선택에 따라 결정하고 그 삶에 책임을 지며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 있다. 대안학교를 다녔다는 일화도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허락해준 부모님 즉,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포노사피엔스는 빈곤이나 계층상승 등 외재적 학습동기가 작용하지 않는 세대다. 그들에게 작용하는 동기는 내재적 학습동기뿐이며 따라서 공부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관심이 있고 욕망하는 것을 삶의 현장과 다양한 직업 분야에서 직접 경험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들은 지엽말단에서 출발하여 근본으로 파고들고, 뒤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배워가는 '후방향 학습법'으로 학습한다.

야후가 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지에 대해 논하는 부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1990년대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와 같은 초기 검색엔진의 특징은 검색결과를 내용의 성격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모아서 보여주는 식으로, 카테고리는 대부분 도서관의 문헌 및 도서 분류 기준과 일치했다. 반면 구글은 초기화면과 구성은 너무도 단순했지만 무한대의 지식과 정보의 바다에서 검색자를 중심으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는 전략을 활용했다. 구글은 검색자가 입력한 키워드와 반복적으로 방문한 검색자가 과거에 입력한 키워드까지 고려해 검색결과를 점수화했고 검색자의 관심을 중심으로 검색결과를 서열화해 보여주었다. 즉, 구글의 검색결과 제시 방식은 무한한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과 정보가 검색자, 학습자의 관심과 욕망에 기초하여 적실성과 근접성에 따라 분류될 때만 유의미한 지식과 정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모든 학교교육은 아직 지식과 정보에 대해 전통적인 저장량 개념을 가지고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를 인출할 수 있는지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가 스트리밍 자원으로 전환된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트리밍 되는 지식과 정보의 활용에 익숙하고 능통한 포노사피엔스에게 미래학교는 오직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학교, 포노사피엔스 학교다. 학습은 학습자가 자신의 관심과 욕망의 프리즘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바라볼 때야 비로소 의미와 동력을 갖는다. 객관적인 지식과 정보 그 자체만으로는 학습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 사회의 학습자는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 것과 유사하다. 디지털 네트워크 속의 지식과 정보는 모듈화 되어 있고 관련된 모듈끼리는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있지만 학습자가 관심과 욕망을 지니고 초점을 맞추지 않는 한 그것들은 무의미한 쓰레기 더미와 같다. 학습자는 구조와 체계에 구속되지 않으며 기초와 심화 단계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는다. 기초와 심화 단계는 공존하고 구조와 체계는 학습자의 관심과 욕망에 따라 비로소 구성되고 틀을 잡아 간다. 조벽 교수가 <조벽 교수의 인재혁명>에서 '창의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허용'이라고 말했듯이 학습자의 관심을 존중하고, 스스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망을 지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현대학교가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저자는 현재의 국, 검정 교과서 제도가 교사의 전문적 창의성과 학생들의 학습 다양성을 제한하고 교육과 학습을 저장량 개념으로 타락시키며 자율과 창의의 바탕인 학교 자치를 방해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이 체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계획 세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지지받고 있다'는 정서적인 편안함, 그리고 '누군가는 나를 응원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세상에 나아가도록 돕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p.206

아이가 '제대로 욕망'하는 과정을 겪는 동안 부모의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녀가 게임에 몰입하면 부모는 그냥 안아주고 지지해주면서 아이들이 숨어서 죄책감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일만 막으면 된다고 말한다. 아이가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순간 나는 스티브잡스도 빌게이츠도 자신의 자녀에게는 스마트패드를 못쓰게 했다는 얘기가 떠오르며 또 반론을 제기하려 했지만 저자는 이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근사해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미국 학교는 수업에 스마트패드를 가지고 오게 하며 수십 년 전부터 모든 교실에서 학생들이 전자계산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가 가르쳐야 할 핵심 역량 여섯 가지로 스스로 자기 돈, 물건 관리하기, 시간 관리, 몸 관리, 마음 관리, 욕망을 직시하기, 타인과 주변 배려를 꼽는다. 어떤 방향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내게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준 책이다. 이제 교육의 방향은 기존의 방향과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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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 수학자는 어떻게 발견하고 분석하고 활용할까
이광연 지음 / 유노라이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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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내가 수업했던 교과서의 저자인 이광연 교수님이 신간을 내셨다고 하여 서평단을 신청하여 감사히도 책을 읽게 되었다.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등 수학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재미있게 구성한 책들을 많이 발간하셨기 때문에 이 책 또한 기대를 품고 읽었다.

오래전 박사과정 논문 주제로 수학자의 사고 과정을 고찰하겠다 했던 적이 있다. 이제는 학위와 멀어진 삶을 살고 있지만 수학자의 사고 과정은 늘 나의 관심 주제였다. 이 책은 "수학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고, 우리는 생각보다 수학자처럼 생각한다"는 표지 뒷면의 문구처럼 수학이 우리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 골치아프게만 생각했던 수학이 의외로 쓸모있을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한다.

1장은 문제에 대한 생각,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장이다. 요즘처럼 택배나 배달이 일상화된 시대에 아주 딱인 '외판원 문제'는 수학적 사고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게 하는지 깨닫게 한다. 외판원이 모든 방문지를 한 번만 방문하고 원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최소 비용의 이동 순서를 구하는 외판원 문제는 일상의 현실 문제를 수학 문제로 변환하고 변환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원래의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도심 상권 분석, 에너지 효율 최적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같은 큰 줄기에서 수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많은 분야의 회사들이 수학자를 찾고 있고 미래는 수학 전쟁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런 비슷한 결의 문제가 페르미 추정이다. 서울에 미용실은 몇 곳일까? 같은 문제를 페르미처럼 몇 가지 가정을 세워 해결하는 것이다. 간단한 상식으로부터 불확실성을 줄여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런 정보로 유익한 추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수학인 것이다.

2장은 논리에 대한 내용이다. 수학을 배우면서 수많은 기호때문에 답답하고 따분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호가 없으면 수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분류할 수 있을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의 부피를 줄이는 과정이 기호화다. 이 장에서 비트맵과 웨이브로 소리와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시키는지 알 수 있으며 특히 내가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의 리드 추측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같은 수학 조무래기야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대략적인 큰 줄기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참 좋았다. 4색 문제, 그리고 채색 다항식의 계수들의 로그값 경향 추론으로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여러 난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연결성과 독립성을 수학적으로 구조화한 그래프의 성질에 대한 연구는 여러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3장은 창의에 대한 내용이다. 역제곱 법칙이나 병뚜껑에 숨어 있는 약수의 비밀 등 평소 내가 읽었던 수학 도교양도서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중학교 수학에서 다뤄지는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에서 육십갑자, 사주, 팔자와 수학의 연결고리 등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역시 흥미로웠던 파트는 앙골라 초크위 지역의 소나라는 전통놀이가 만든 모양이다. 소나의 규칙으로부터 몇 번을 시행해보면 행의 수와 열의 수에 따른 닫힌 선의 수를 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부터 행과 열의 수가 서로소이면 닫힌 선은 1개, 행의 수와 열의 수의 최대공약수가 닫힌 선의 개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열에 관한 규칙을 찾고 수학적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이며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비결이라 하겠다.

4장은 발명에 관한 내용이다. 인류가 닭 두 마리의 2과 이틀의 2가 같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처럼 추상화라는 작업은 아주 획기적인 수학적 사고다. 일대일 대응을 통한 수의 크기 비교, 0 즉 슈나의 의미, 베다 수학의 곱셈법, 유클리드 기하와 택시히가, 널리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사랑 방정식은 수학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주제다.

5장은 공부에 대한 내용이다. 수학은 어떻게 공부해야할까 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난제다. 나 역시 수학적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닌 상태에서 노력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살고 있기에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가 탄탄해야 함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특히 내가 극 공감했던 부분은 아이가 수학을 못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모에게 있으며 그 이유는 부모가 조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허언 비스무리한 말을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교과서를 보지 않고도 수능 만점 받는 학생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진짜다 이건. 교과서 안에 개념의 구성 과정, 사고 과정이 다 드러나 있다. 우리는 문제집으로 일목요연하게 공식이 정리된 것을 달달 외워 풀지만 진짜 그건 수학을 공부하는 바른 자세가 아니다. 교과서를 보지 않고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6장은 아마 다른 장에 비해 조금 어려울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 몬테카를로 탐색 등 수학적 내용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활용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수함수, 힐베르트 문제, 리만 가설 등 다소 어려운 내용이 들어 있지만 읽다보면 크게 난해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고등학생 이상의 독자들이 읽으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수함수나 복소수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왜 이책의 제목에 피타고라스가 들어 있을까. 피타고라스에 의하면 철학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공부해야하는 분야가 수학이다. 아직까지도 왜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전공할 것도 아닌데 미적분을 공부해야 하고 어려운 내용을 공부해야 하느냐며 볼멘 소리를 한다. 그런 볼멘소리로 인해 예전에 비해 많은 양이 줄었다. 그러나 빠진 행렬은 다시 다음 교육과정에 추가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수학은 일부의 수학 전공자, 공학 전공자들만 해야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미적분을 해서 뭐에 쓰냐고? 물론 콩나물 사는데 적분을 할 일은 없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문제의 해결에 수학적 사고가 훌륭한 실마리를 마련해준다. 논리력, 추론 능력, 추상화 능력, 축소, 확장, 규칙 찾기 등 언제 어디서든 수학적 사고가 우리 생활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수학이 재미있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공부하다보면 안다. 수학이 얼마나 즐거운 학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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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1학년을 부탁해 - 개정판 랄랄라 학교생활 1
이서윤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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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입생 예비소집을 갔다가 자신의 학교를 처음 본 우리 첫째는 1학년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유치원때보다 더 엄격한 규율이 있을 것이고 40분이라는 긴 시간을 네 시간 또는 다섯 시간씩 앉아 있어야 할거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불안해하는 첫째가 이 책을 읽고 두려움을 덜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서평단 신청을 했고 감사히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글을 쓰셨는데, 첫 서문에 작가님 본인을 소개하는 수식어를 학교 여행 가이드라고 했다. 아이가 학교를 매일 여행가는 기분으로 즐거이 갈 수 있으면 했는데 여행 가이드가 안내한다니 아이도 조금 가볍게 책장을 넘긴다.

막 1학년이 되는 아현이에게 2학년 권호가 학교 여행을 떠나보자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것. 1학년 아이들은 먼저 학교가는 길을 익혀야 한다. 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가던 길을 이제는 스스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직접 학교까지 가는 길을 그려보면서 아이가 길을 익힐 수 있게 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도서관도 있을 것이고 보건실, 급식실, 운동장도 있을 것이다. 각 실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고 그 외에도 아이가 생각하는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써보게 되어 있다.

선생님께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자주 진행되는 모둠활동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모둠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므로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 적어볼 수 있다.

아마 첫 시간은 대부분 자기소개 시간일 것이다. 자기 소개를 직접 적어보고 또박또박 말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아현이가 어떻게 자기 소개를 하는지 나와 있으므로 아이가 비슷하게 따라하며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다.

준비물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위한 입학 준비 소개란도 나와 있다. 여러모로 초등학교라는 첫 관문을 통과할 아이와 학부모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초등학교는 어떤 곳일까. 나도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안나지만 어린 기억에 처음에는 선생님이 무서워 가기 싫었던 적도 있고 친구와 싸워 괴로웠던 적도 있다. 직접 겪어보며 나름의 노하우도 익혔지만 지금은 옛날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가 잘 적응하리라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리 아이에게 초등학교가 이런 곳이라 친근히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미리 준비한다면 아이가 덜 두려워하고 더 잘 적응해 나갈 것이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잘 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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