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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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말에 대한 고민이 크게 없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말을 하고 듣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하는 말에는 나의 인격이 드러난다.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고민이 많았던 내게 대화의 밀도, 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은 류재언변호사가 살아오면서 느낀 '말'에 대한 생각 및 저자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꾸려진 책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 같아 저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고, 나와 비슷한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사는 것이 좀 더 나은 방향일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저자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좋았다. 아내, 아이들과의 관계와 대화, 장인어른, 장모님과 아버지, 어머니와의 이야기나 일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느낀 말의 힘을 얘기하고 있어서 더 친근하고 쉽게 읽히는 에세이였다. 특히 내가 공감했던 부분은 상어식 대화법이 아닌 고래식 대화법을 하자는 것이다.

고래식 대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에 어울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하며 경청하는 와중에 필요할 때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고래식 대화는 단단한 자존감과 절제된 에고(ego)가 전제되어 있기에, 이들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무시하거나 비교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와 정서를 나눈다.
p.24

내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한 뼘의 여유를 갖고 일상의 대화를 복기하는 자세를 말하는 부분에서 남을 비난하거나 탓하기 전에 자기를 되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대화에서 누구의 말이 완전히 맞거나 틀린 건 없다. 말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담겨 있고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동인데, 그래서 저자는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성급함을 견디는 사람들을 신뢰한다고 말한다.
관계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나이를 들면 다들 그렇게 느끼는가보다. 나도 테이블(4인)을 초과하는 사람들과의 정신없는 대화를 싫어하는데 저자도 가급적 둘이서 만나는 자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둘이서 대화하면 어떤 시간보다 더 깊게 교감할 수 있다. 굳이 나를 불필요하게 포장하거나 드러내야하는 자리는 이제 지양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해서 말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다. 내가 단단하지 않으면 어떠한 관계도 편할 수 없다. 100점짜리 사람은 없고 우리 모두 장점 70, 단점 30을 가지고 있는데 70을 보며 살 것인가 30을 보며 살 것인가가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게도 말고 내가 지치지 않게 잘 돌봐가면서 나의 장점 70에 집중한다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저자가 인상깊게 읽고 타인에게 권할 만한 에세이를 추천해줘서 특히 좋았다. 나도 선물로 책을 주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에게 어떤 책을 권하면 좋을지, 나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나도 이 책들을 다 읽어볼 생각이다.
이기주의 <말의 품격>과 비슷한 느낌의 책이었다. 나의 언어 습관이나 타인과의 관계 시 대화 어투 등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으며 저자의 인생 방향에 공감하고 나도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을 시작으로 가치관을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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