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 수학자는 어떻게 발견하고 분석하고 활용할까
이광연 지음 / 유노라이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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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내가 수업했던 교과서의 저자인 이광연 교수님이 신간을 내셨다고 하여 서평단을 신청하여 감사히도 책을 읽게 되었다.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등 수학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재미있게 구성한 책들을 많이 발간하셨기 때문에 이 책 또한 기대를 품고 읽었다.

오래전 박사과정 논문 주제로 수학자의 사고 과정을 고찰하겠다 했던 적이 있다. 이제는 학위와 멀어진 삶을 살고 있지만 수학자의 사고 과정은 늘 나의 관심 주제였다. 이 책은 "수학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고, 우리는 생각보다 수학자처럼 생각한다"는 표지 뒷면의 문구처럼 수학이 우리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 골치아프게만 생각했던 수학이 의외로 쓸모있을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한다.

1장은 문제에 대한 생각,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장이다. 요즘처럼 택배나 배달이 일상화된 시대에 아주 딱인 '외판원 문제'는 수학적 사고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게 하는지 깨닫게 한다. 외판원이 모든 방문지를 한 번만 방문하고 원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최소 비용의 이동 순서를 구하는 외판원 문제는 일상의 현실 문제를 수학 문제로 변환하고 변환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원래의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도심 상권 분석, 에너지 효율 최적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같은 큰 줄기에서 수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많은 분야의 회사들이 수학자를 찾고 있고 미래는 수학 전쟁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런 비슷한 결의 문제가 페르미 추정이다. 서울에 미용실은 몇 곳일까? 같은 문제를 페르미처럼 몇 가지 가정을 세워 해결하는 것이다. 간단한 상식으로부터 불확실성을 줄여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런 정보로 유익한 추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수학인 것이다.

2장은 논리에 대한 내용이다. 수학을 배우면서 수많은 기호때문에 답답하고 따분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호가 없으면 수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분류할 수 있을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의 부피를 줄이는 과정이 기호화다. 이 장에서 비트맵과 웨이브로 소리와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시키는지 알 수 있으며 특히 내가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의 리드 추측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같은 수학 조무래기야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대략적인 큰 줄기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참 좋았다. 4색 문제, 그리고 채색 다항식의 계수들의 로그값 경향 추론으로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여러 난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연결성과 독립성을 수학적으로 구조화한 그래프의 성질에 대한 연구는 여러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3장은 창의에 대한 내용이다. 역제곱 법칙이나 병뚜껑에 숨어 있는 약수의 비밀 등 평소 내가 읽었던 수학 도교양도서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중학교 수학에서 다뤄지는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에서 육십갑자, 사주, 팔자와 수학의 연결고리 등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역시 흥미로웠던 파트는 앙골라 초크위 지역의 소나라는 전통놀이가 만든 모양이다. 소나의 규칙으로부터 몇 번을 시행해보면 행의 수와 열의 수에 따른 닫힌 선의 수를 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부터 행과 열의 수가 서로소이면 닫힌 선은 1개, 행의 수와 열의 수의 최대공약수가 닫힌 선의 개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열에 관한 규칙을 찾고 수학적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이며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비결이라 하겠다.

4장은 발명에 관한 내용이다. 인류가 닭 두 마리의 2과 이틀의 2가 같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처럼 추상화라는 작업은 아주 획기적인 수학적 사고다. 일대일 대응을 통한 수의 크기 비교, 0 즉 슈나의 의미, 베다 수학의 곱셈법, 유클리드 기하와 택시히가, 널리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사랑 방정식은 수학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주제다.

5장은 공부에 대한 내용이다. 수학은 어떻게 공부해야할까 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난제다. 나 역시 수학적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닌 상태에서 노력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살고 있기에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가 탄탄해야 함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특히 내가 극 공감했던 부분은 아이가 수학을 못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모에게 있으며 그 이유는 부모가 조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허언 비스무리한 말을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교과서를 보지 않고도 수능 만점 받는 학생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진짜다 이건. 교과서 안에 개념의 구성 과정, 사고 과정이 다 드러나 있다. 우리는 문제집으로 일목요연하게 공식이 정리된 것을 달달 외워 풀지만 진짜 그건 수학을 공부하는 바른 자세가 아니다. 교과서를 보지 않고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6장은 아마 다른 장에 비해 조금 어려울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 몬테카를로 탐색 등 수학적 내용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활용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수함수, 힐베르트 문제, 리만 가설 등 다소 어려운 내용이 들어 있지만 읽다보면 크게 난해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고등학생 이상의 독자들이 읽으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수함수나 복소수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왜 이책의 제목에 피타고라스가 들어 있을까. 피타고라스에 의하면 철학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공부해야하는 분야가 수학이다. 아직까지도 왜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전공할 것도 아닌데 미적분을 공부해야 하고 어려운 내용을 공부해야 하느냐며 볼멘 소리를 한다. 그런 볼멘소리로 인해 예전에 비해 많은 양이 줄었다. 그러나 빠진 행렬은 다시 다음 교육과정에 추가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수학은 일부의 수학 전공자, 공학 전공자들만 해야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미적분을 해서 뭐에 쓰냐고? 물론 콩나물 사는데 적분을 할 일은 없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문제의 해결에 수학적 사고가 훌륭한 실마리를 마련해준다. 논리력, 추론 능력, 추상화 능력, 축소, 확장, 규칙 찾기 등 언제 어디서든 수학적 사고가 우리 생활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수학이 재미있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공부하다보면 안다. 수학이 얼마나 즐거운 학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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