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정신현상학 - 자유의지, 절대정신에 이르는 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병창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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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철학책을 읽는 걸 좋아하게 됐다. 나도 만약 수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철학이나 윤리같은 걸 전공했을 것 같다. 밥벌이와 전혀 상관없이 공부하고픈 걸 하라하면 말이다.
헤겔, 하면 관념론, 절대주의, 변증법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서양 철학사에서 헤겔을 제외하고는 논의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가 미친 철학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책에서는 헤겔이 주목했던 또다른 개념인 자유의지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실천적 자유의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헤겔이 추구했던 핵심이 곧 자유의지이고 헤겔이 도달하려 했던 최종 목적은 곧 공동체적 자유의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와 공동체를 다시 정의하는 이론적 문제부터 시작하여 실천적 문제까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감각적 확신, 지각, 지성 장은 인식의 차원을 다루는데 여기서 다루어지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의식에 속하는 것이며 그 끝에 생명 개념이 출현한다. 자기의식 장은 자기의식 사이의 관계를 다루며 의지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역사적 과정이다. 이성 장은 다시 인식을 다루며 그 끝에 법이 나온다. 여기서 사회적 규범인 정의가 인식되며 정신 장은 실천적 의지를 다시 다룬다. 이 끝에서 헤겔은 종교지와 절대지로 이행한다. 절대정신은 헤겔의 목표였던 공동체적 자유의지를 다룬다.
헤겔의 한계를 말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헤겔은 교환 관계가 충분히 발전된 사회에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 불평등이 교환의 질서에서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봤다. 현실적으로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헤겔은 그것을 교환관계에서 출현한 사회정의가 소외된 방식으로 출현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후의 설명들도 역시 철학적이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하나하나 톺아보니 저자의 설명이 이해가 갔다.
헤겔은 어떻게 소외를 극복할까. 개인의 자아에 대립하는 소외된 정신적 본질세계에서 출발하는데 개인은 자기를 교양하면서 자신을 정신적 본질에 일치시키는 것을 통해 소외를 극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현실속에서 발견하는 건 몰락이며 여기서 개인은 신앙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앙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신앙은 이중적이며 신앙의 지반은 정신적 본질 즉 신인데 헤겔은 계몽주의가 신앙에 대해 승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헤겔 본인도 신앙, 종교에 대한 생각이 점차적으로 변화했던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을 알고 싶어 헤겔의 종교철학 관련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마치 역사의 여정과도 같은 헤겔의 철학. 형신적 자유의지에서 실천적 자유의지를 거쳐 공동체적 자유의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유의 성장이 더 커지고 깊어진다. 개인과 공동체에 대해 갈수록 더 골이 깊어지는 것같은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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