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만화를 잘 읽지 않는다. 읽어야 할 책들도 많은데 만화까지 읽을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너무 빡빡한 사고일까? 하지만 <신의 물방울>의 경우는 다르다. 와인에 대한 사회적 열풍도 큰 몫을 했겠지만, 이 책 자체에 대한 찬사를 많이 들어온 탓에 꼭 읽어야 할 must-read책으로 스스로 지정했다. 역시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물론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아 섣부른 감이 있지만 모든 책은 1권에서 결정나지 않을까? 곳곳에 나타나는 와인에 대한 기본 상식은 TV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스치듯 지나가는 와인 장면을 놓치지 않게 하는 재미를 낳았고, 그것은 다음권에 대한 또 다른 기대를 낳는다. 몇 달 전 어느 기사에서 보니, 우리나라 CEO들 중 84%들에 와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고 한다. 총 11권인가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만 다 읽으면 와인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까? 군중심리가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 때문인지 갑작스레 모두들 와인! 와인!을 외치며 탄성을 지르는 것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나, 이 책에 대한 나의 찬사는 이어질 것 같다.
버락 오바마의 책이 2권이나 나왔단다. 정치에, 더욱이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오바마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주목하게 됐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 게다가 세계를 뒤흔들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힐러리와의 맞대결,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고 더욱더 그 인물에 매료되었다. 지적인 외모와 더불어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지녔고, 기성작가를 버금갈 만큼 그는 글을 잘 썼다. 그의 글을 통해 본 그의 가족사와 경력은 예사롭지 않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리에서 태어난 혼혈, 인도네시아인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한 혼혈 형제(그것을 보고 오프라 윈프리는 '미니 UN'이라고 표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권위 있는 법률 학습지 <하버드 로 리뷰>의 흑인 최초의 편집장, 흑인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이자 현재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 그는 마치 '최초'라는 기록을 세우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두 가지 심리가 공존한다. 같은 여성으로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기대하는 심리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오바마의 당선을 기대하는 심리. 나의 기대와 응원이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일 분 후의 삶.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시간이다. 어느 결엔가 나는 늘 내 삶은 지금처럼 평온하게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이 책은 온 나라가 캄보디아 사건에 휘싸여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일 분 후에도 나는 살고 싶다"라는 말이 그처럼 내 가슴에 다가왔던 적이 있었을까. 죽음의 순간이 지나온 12사람의 이야기는 평온한 지금의 내 삶에 감사함을 주었고, 이 안온함을 지겨워했던 것이 하나의 사치이고 교만이었음을 일깨어준다. 또한 우리는 언제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감으로써 매일 생존의 순간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생존'의 문제는 생사가 오고가는 그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의 생존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자의 생존에 대해, 그리고 그 생존의 순간을 지난 후 찾아오는 생의 초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희망에 관한 아래 문구는 내일의 또 다른 생을 맞이할 내게 또 다른 삶의 의지를 전해준다. "희망은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거짓말일 때가 있다..하지만 희망을 버리면 죽을 수 밖에 없을 때 선택할 일은 오직 하나다. 그 거짓말이 현실이 되도록 사력을 다하는 것. 사람은 힘이 없어서 죽는 게 아니다. 가망이 없어서 죽는다." 끝으로 저멀리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아 돗단배를 타고 나아가는 표지사진이 매순간 위태롭게 살아가지만 희망을 저버리지 못하는 우리 생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듯해 매우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