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분 후의 삶.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시간이다. 어느 결엔가 나는 늘 내 삶은 지금처럼 평온하게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이 책은 온 나라가 캄보디아 사건에 휘싸여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일 분 후에도 나는 살고 싶다"라는 말이 그처럼 내 가슴에 다가왔던 적이 있었을까. 죽음의 순간이 지나온 12사람의 이야기는 평온한 지금의 내 삶에 감사함을 주었고, 이 안온함을 지겨워했던 것이 하나의 사치이고 교만이었음을 일깨어준다. 또한 우리는 언제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감으로써 매일 생존의 순간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생존'의 문제는 생사가 오고가는 그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의 생존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자의 생존에 대해, 그리고 그 생존의 순간을 지난 후 찾아오는 생의 초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희망에 관한 아래 문구는 내일의 또 다른 생을 맞이할 내게 또 다른 삶의 의지를 전해준다. "희망은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거짓말일 때가 있다..하지만 희망을 버리면 죽을 수 밖에 없을 때 선택할 일은 오직 하나다. 그 거짓말이 현실이 되도록 사력을 다하는 것. 사람은 힘이 없어서 죽는 게 아니다. 가망이 없어서 죽는다." 끝으로 저멀리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아 돗단배를 타고 나아가는 표지사진이 매순간 위태롭게 살아가지만 희망을 저버리지 못하는 우리 생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듯해 매우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