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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6년에 본 영화 중 ‘동주’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흑백 영상, 윤동주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이 읊는 아름다운 시,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아픔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를 통해 ‘송몽규’라는 인물과 그 배역으로 열연한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새로 알게 되었고, 그때 송몽규 열사에게 느낀 존경심과 동경이 박정민이라는 배우에게 호감을 갖게 했다. 좋은 역할을 맡아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니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는 근거 없는 막연한 호감이었다. 그때의 호감이 이 책을 만나게 해주었다.
책 속의 글들은 그가 ‘동주’로 유명세를 얻기 몇 해 전부터 영화잡지에 기고해왔던 글들을 엮은 것이었다. 글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그가 엄청 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그리 어리지만은 않았던…(스미마셍ㅋㅋ) 여하튼 글들에서 각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대부분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한예종 입학을 위해 뒤늦게 책을 읽기 시작하셨다는데 글솜씨가 좋으신 것 같다. 책 읽고 느낌 몇 자 적는 것도 쩔쩔매는 입장이다 보니 부러울 따름. 가끔 진지한 내용에서는 꽤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친 만큼 그의 연기철학과 소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좋은 사람, 좋은 배우인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부탁드립니다, 응원합니다!
29 그 기억을 잠시 잊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모든 게 당연해져버려 예전 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나름의 열정이고 애정이었던 행동들이 이런 저런 핑계로 뒷전이 됐고, 저렇게는 되지 않아야지 하는 선배들의 몇몇 행동들을 자연스럽게 하기도 한다. 참 재수 없다. 현장의 모든 ‘사람’이 소중하고 감사하던 그 시절, 그 기억을 더듬어 다시 금 그때의 나를 부른다. 이리 와서 내 이미지 좀 관리해줘. 부탁해.
52 아무튼 영화 같은 인생 참 힘이 든다. 하지만 결국 힘이 들어도 이런 인생도 있다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본인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배우들이 밤을 지새우며 활자와 싸운다.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럴싸하게, 있음직하게 표현해야 관객들이 최소한의 감동을 느낄 것이다.
151 덜 불합리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더 불합리한 시대에 살던 그들의 선택을 보며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70년 전 그들의 행동이 현재 우리를 살게 했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행동이 또 70년 후 누군가들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