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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어느 통계에서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언어가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라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는데
작가는 글자전쟁에서 한자가 사실 동이족, 우리의 문자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한글을 사용하고 있고, 사람들은 한자
를 당연히 중국문자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태민'도 당연히 그런 생각따위,
의심따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우연히 소설가와 엮이면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진실에 맞닥뜨린다.
솔직히 한자가 우리 문자라니 좀 황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 딱 맞는 절묘한 이야기로 독자를 현혹하고,
글자의 어원을 파헤치고, 중국 유명 작가 임어당과의 일화를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소설이 기-승-전에서 멈추고 마무리된 것 같아서 책을
다읽고 나면 먼가 찜찜하다. 이전에 읽은 싸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워낙 사회, 경제, 역사에 관심도 없고,
잘 몰라서인지 모르지만.. 그동안 나만 몰랐던 것만 같은
진실같은 내용들이 버거운게 사실이다. 그런데 나를 이렇게
동요시켜 놓고 아무런 후처치없이 댕강 소설을 마무리하다니.
올초에 고구려를 읽고 작가님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싸드에 이어 글자전쟁까지 연타로 쫌 실망감이...
#담아둔 글#
222~223-“이것은 침략이다. 창과 칼의 침략보다 천 배는 무서운 침략. 천년이 흐르도록 우리를 지배하고 천하를 발밑에 두겠다는 무서운 음모를 가진 침략이다. 천하의 온 사람들로 하여금 저들을 흠모하고 숭배하게 하며 스스로를 멸시하게 만들겠다는 무시무시한 침략이다.”
... “그게,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사람이 그런 생각으로 글자를 만들며 글자를 없애는 게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273-물 수와 밭 전을 합한 글자는 논 답으로 가장 먼저 생겼어야 할 글자다. 그런데 모든 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화하족, 즉 한족에게는 이 논 답이란 글자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모든 한자를 한족만이 만들었다고 할 것인가.
291 - “아니, 어째서 한국말이 그대로 중국 자전의 발음기호가 되어 있는 거죠?”
“어째서 그러겠나?”
“설마...... 한자는 지금의 중국인들이 만든 게 아니라는 뜻입니까?”
“아직 여기에 대해 확고부동한 이론은 없어. 하지만 어떤 글자가 있으면 그 글자는 가장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가 있을 수밖에. 나는 이 문제를 자네에게 숙제로 내주고 싶네. 자네는 수재이니 뭔가 성과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네는 한국인이야. 한국말의 수수께끼는 한국인이 푸는 게 맞아.”
296 - “저는 이 임어당 선생이 한국의 문교부 장관과 나눈 일화를 얘기해주었지요.”
...
“1960년대의 안 무슨 장관인걸로 기억해요. 아마 대만에선가, 어느 날 그 장관은 임어당 선생과 저녁을 같이하게 되었는데, 당시 한국은 한자를 가르치느냐 안 가르치느냐로 사회가 어수선했던 모양이에요. 그때 그 장관이 저녁 먹는 자리에서 임 선생에게 당신네 중국인들이 한자를 만들어 머리 아파 죽겠소. 왜 그렇게 복잡한 문자를 만들어 우리 한국인들까지고 한문혼용이냐, 한글전용이냐로 이렇게 골치 썩이며 대립하게 만드는 거요 하고 웃으며 농담을 던진 겁니다.”
... “그때 임 선생은 혀를 끌끌 차며 대답 없이 한국의 문교부 장관을 잔뜩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기만 했어요. ... 웃자고 던진 가벼운 농담에 대한 너무나 뜻밖의 반응에 놀란 장관에게 선생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건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하고. ... 임어당 선생은 문학적 진실을 위해 오랫동안 공산당의 학자들과 대립해 거짓을 매우 싫어했어요. 하지만 선생이 거짓보다 싫어한 건 무지예요. 알아야 할 사람들이 당연히 알아야할 걸 알지 못하고 있는 걸 가장 큰 범죄라 보았지요. 선생은 다른 사람도 아닌 한국의 문교부 장관이 문자의 뿌리를 하나도 모른 채 전혀 엉뚱한 농담이나 던지는 걸 혐오했던 겁니다.”
“그럼 임어당 선생은 한자가 한국인의 문자라고 생각했단 얘기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는 한자가 화하족의 유산이 아니라 동이족, 그중에서도 당신네 한국인들의 문자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318 - “이것은 전쟁이에요. 과거 문명이 생기고 글자가 만들어지던 때로부터 시작된 전쟁. 피해 회복은 범인을 잡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오류를 바로잡는 데 있어요. 한둘의 범인이 아닌 수천만, 수억의 의식을 바꾸는 데 있단 말이에요. 그게 나의 전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