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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모르는 것들 - 우리 아이 잘되게 하는 23가지 엄마 이야기
노경실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5년 8월
평점 :
올해 봄에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가 겪은 일이다. 15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워낙 산책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같은 또래 애들에 비해서 체력이 좋은 우리 아이는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았는데도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마지막 코스로 놀이터에 들른 터라 나는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고 아이 스스로 집으로 발길 돌리기를 기다리자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게 달래며 들어가자고 하다가 노는 데 정신 팔린 아이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옆에서 놀고 있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던 남자아이가 나한테 이러는 것이었다. “이게 더 재밌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순간 내가 아이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구나 싶어서 아이한테 미안해졌다. 아이를 뱃속에 품은 순간부터 계속해서 좋은 엄마가 되리라 다짐했는데 내가 조금만 지치면 이렇게 사소한 것은 놓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부터 내 마음에 와닿았다.
저자 노경실은 동화작가이고 수년간 아이들과 엄마들의 상담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책 속 23가지 이야기들은 직설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았고 엄마들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는 내용들이었다. 사실 한동안 자식을 잘 읽는 동안 그것이키운 엄마들이 낸 육아서는 일부러 피하거나 가려 읽었었다. 글로 만나는 이상적인 엄마들에 비해 내가 한없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가 하나도 없듯이 아이를 키우며 겪는 일도 모두 제각각이었을 뿐인데 나나 아이나 책에서 본대로 안 되면 왜 그리 화가 나고 스스로가 작아지던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은 내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고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엄마들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안도감을 느꼈다.
그동안 아이의 성장에 비해 내가 엄마로서 성숙해지는 게 느려서 아이와의 생활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는 언제나 아이 뒤에서 동동거리며 뒷바라지 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앞으로 내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닥쳐올 텐데 그때도 내가 지금처럼 흔들리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도, 엄마가 잘못하고 있다고 질책하지도 않지만 내가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바짝 들었다. 엄마가 행복하고, 내·외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해야 아이가 자라며 흔들릴 때마다 옆에서 든든하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가 잘 걷고, 동네 지리를 어느 정도 익히고 나자 내가 집으로 가자고 하면 그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자기가 먼저 앞장서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특하면서도 벌써 나와 반대로 성큼성큼 걷는 녀석의 모습이 짠하고 섭섭하다. 조금 더 커서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어도 지금처럼 겁없이 걸어가길.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때의 나는 엄마로서 좀 더 단단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아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