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 테오의 13일
로렌차 젠틸레 지음, 천지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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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제 여덟 살이 된 테오가 나폴레옹을 만나야 한다는 이유로 구글에서 자살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딱 맞을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 마이 갓!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 어린 아이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나폴레옹을 만나야 하나 궁금한 마음에 책을 쉬이 덮을 수 없었다.

테오의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웃지만 집에서는 항상 언성을 높여서 대화하고 싸우기 일쑤이다. 싸움이 시작되면 전쟁이 되고 엄마, 아빠 중 아무도 이기는 사람이 없이 끝나는데 매일 이런 싸움이 반복된다. 어느 날 테오는 여덟 살 생일선물로 받은 '나폴레옹의 모험'이라는 책에서 나폴레옹이 <모든 전투에서 승리한 사람>이라는 글을 보고 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싸워야 해"라던 아빠의 말을 떠올린다. 테오가 진정 원하는 것은 엄마 아빠가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지금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행복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첫 번째 전투를 '부모님을 구하는 것'으로 정하고 나폴레옹을 만나 승리하기 어려운 전투에서 이기는 방법을 물어보려고 마음먹는다. 그런데 이미 1821년에 죽은 나폴레옹을 어디에서 만난단 말인가.

처음에는 아이다운 천진난만한 발상에 쿡쿡 웃음이 났는데 나폴레옹을 만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테오를 보며 '테오의 13일'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13일이 되면 이 아이가 정말 죽어버릴까 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단지 집안의 평화를 위해 자살을 결심하는 테오를 보며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테오가 나폴레옹을 만나기로 결심한 날 지하철에서 거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데 책의 제목은 왜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일까? 테오가 나폴레옹을 만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도중 엄마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랭보씨를 만나는데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렇다.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듯이 사람도 죽으면 눈에 안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죽음을 설명했지만 순수한 테오는 랭보씨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죽기로 결심한다.

육아 장기전에 돌입한 뒤에 심신이 지쳐서 배려하는 육아를 하겠다는 첫 마음을 잊고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언성도 높이고 궁둥이도 팡야팡야 때리며 감정적으로 대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내 아이의 눈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을지 너무 걱정되고 후회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모습이 담긴 책을 읽으면 순수한 마음에 감동을 받는 동시에 많이 부끄러워진다.

 


60.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이렇게 엄마랑 싸우면서 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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