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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간단한
최예지 지음 / 프로젝트A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artye11라는 분을 알게 되었다. 진심이 담긴 그림과 글을 보며 팬으로서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그녀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이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가 읽게 되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일상예술가라는 그녀는 열 살 때 이후로 그림을 그리지 않다가 15년이 지나서야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순수한 매력이 느껴지는
그림을 보면 15년이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책은 1부에서 3부로 나뉘는데 1부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2부는 순례를 마친 뒤 시작된 제주도 생활, 3부는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책이 시작되기 전에 실린 저자의 말을 읽는 순간부터 책에 푹 빠져버렸는데 그건 아마도 그녀만이 주는 진정성 때문인
것 같다.
과거와 현재, 미래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현재인데 그것을 알면서도 현재를 즐기기가 너무 어렵다. 회사 다닐 땐
업무 일정에 쫓기며 살더니 지금은 내일 아가랑 뭐하고 놀지, 아가 반찬 뭐 만들지 하는 고민의 연속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더미와 더불어 현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나의 또 다른 문제점은 과거에 대한 후회들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이유 없는 것은 없는데 내 몸과 마음이 왜 그렇게
선택하고 행동했는지 근원적인 문제점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작년부터 시작한 독서가 나를 돌아보고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의 터닝포인트가 독서라면 그녀의 터닝포인트는 산티아고 행이다.
그녀가 인턴으로서 첫 출근을 앞두고 있을 때 갑자기 주어진 산티아고행 비행기 티켓. 산티아고 행을 택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자신의 모든 선택이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 그러나 곧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라는
것과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지금껏 모르고 있던, 혹은 외면했던 진짜 자신을 발견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라는 책을 읽은 뒤라, 만약 이 책에 산티아고를 다녀온 뒤 갑자기 인생의 이치와 영적 깨달음을
얻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면 이렇게 깊게 마음을 두고 읽지 못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딱 그 나이 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마치
친동생이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 고민과 고백을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산티아고 여정 이후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 솔직히 더 인간적이었다.
인생이라는 길에는 선택이라는 무수한 갈림길이 존재한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면서 그 선택에 대한 책임감은 오롯이 자신의
몫인데 그것을 솔직히 털어놓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멀리서나마 일상예술가의 길을 걷는 그녀를 응원하며 앞길에 항상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