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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Movie Tie-in ㅣ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평점 :
사랑에 빠진 남녀가 “나는 사랑의 노예가 되었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노예가 얼마나 비참한 신분인지 안다면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을 할까? 우리나라에도 불과 1세기 전에는 노비 신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들이 겪은 수모는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혔고
신분제를 겪지 않은 우리들은 그러한 제도의 잔인함을 전혀 상상도 못한다.
솔로몬 노섭은 어느 날 두 남자에게 속아 노예 신분이 되어 레드 강 근처로 팔려가게 된다. 그는 뉴욕 주에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그가 노예가 된 이유는 단 하나이다. 단지 흑인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윌리엄 포드라는 상냥한 주인을 만나 그나마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만 이후에 만난 티비츠나 엡스는 흑인을 인간이라고 생각지 않는 잔인한 사람들이었다. 자유를 마음껏 누리던 그가 모욕과 매질,
고통스러운 노동을 참아내기는 원래 노예 신분이었던 흑인들보다 참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래서 자유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자신과 거의 비슷한 처지였던 엘리자처럼 금세 절망에 빠져 생의 끈을 놓지 않고 무려 12년을 묵묵히 이겨낸 것이 존경스러웠다. 혼자만의 힘으로
그 굴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가 처음부터 노예로 태어났다면
자유에 대한 갈망은 있을지언정 곧 자신은 백인에게 충성해야 하는 신분임을 수긍하고 노예로서의 삶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가 노예 신분에서 구출됨으로써 모든 게 끝난 것 같지만 그를 12년간 비참하게 만든 장본인들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았고 미꾸라지처럼 법의 심판까지 벗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노예 제도가 계속되지만 그는 모든 걸 참고 용서한다고 말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노예제도가 존재하는 곳에서 자란다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짐승취급하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는 무감각하고 잔인한 성정의 인간으로
자라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끔찍한 내용이었다. 차라리 100% 픽션이라는 게 더 믿길
만큼. 우리는 우리가 모두 고귀한 영혼을 가진 생명체임을 항상 기억하고 다시는 인류 역사에서 이러한 비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