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블로그를 하면서 알게 된 마스다 미리. ‘수짱’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몰면서 이웃 블로거의 책리뷰에서 종종 보았던 터라 그녀의 책이 궁금했다. 그녀의 여러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된 것은 그녀의 여행기.

 

그녀의 여행은 무박 일정이나 1박 2일, 길어도 2박 3일이 넘지 않는 소박한 여행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제일 멀리 떠난 여행은 핀란드였다. 어떤 여행은 너무 짧아서 여행이라기보다 콧바람 쐬러 외출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소소한 발자취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은 본받고 싶었다. (당장 일주일 전에 어딜 갔었는지도 가물가물한 나)

지금까지 봐왔던 여행기는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소통하고, 좌충우돌하며 여러 문제에 부딪치고 헤쳐 나가는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해 한 수 배우는 내용들이었다면, 그녀의 여행은 보고, 먹고, 쇼핑하고, 짧은 생각을 적은 게 다라서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책장은 슉~슉 잘 넘어가는데 그 와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의 짧은 생각들이 있었다.

15쪽 _ 엄마는 이웃 사람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많이 사서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진지한 얼굴로, “이제 가나자와에 올 일도 없을지 모르겠네” 하고 중얼거렸다.

무심결에 나온 말이어서 갑자기 울 뻔했다.

엄마는 올해 예순여덟 살이다. 그런 대사를 읊을 때가 되었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아직 한참 어린아이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엄마와 헤어질 날이 온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38쪽 _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106쪽 _ “나도 올해 일흔 살이구나.”

전철 안에서 엄마가 해맑게 웃었다. 설날에 5일, 추석에 5일,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해도 일 년에 만나는 날수는 15일 정도. 나는 엄마와 앞으로 며칠을 더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았다.

결혼을 하고 고향을 떠나니 친구와 엄마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서 저 글들을 읽으며 살짝 울적해지기도 했다. 가볍게 독서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