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내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는 글자를 압축하여 예술적이고 문학적으로 바꿔 놓은 것인데 보면서 그 내용을 모르겠다. 내용을 길게 쓰면 산문이고 압축해서 쓰면 시다 보니 시를 읽을 땐 무슨 말을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그런 작업하는 것이 싫어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가끔 시를 읽는다. 아무리 뭐라 해도 시의 가장 큰 장점은 노래처럼 리듬이 있고 가사처럼 새롭고 아름다운 단어들이 보인다. 의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래 한 편 듣 듯 흥얼거리며 보기에 좋다. 그렇게 본 시집들은 보면서 참 즐거웠다. 나중에 다시 보든 보지 않든 말이다. 시는 눈으로 보기도 하지만 마음으로 감정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박노해 시집은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분명 우리나라를 민주화된 선진국으로 만든 것은 예전 민주화 운동 그리고 노동 운동을 했던 열사들의 노력이 크다. 지금은 그분들의 노력으로 인하여 선진국의 많은 나라들 같진 않지만 어느 정도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아시아에선 가장 민주화된 나라가 어디냐 했을 때 우리나라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할 정도는 된 듯하다.

그의 시는 세상 심각하다. 시를 읽을 때 느낌은 독립투사가 전장에서 쓴 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재 정권 아래서 지하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인 줄 알겠다. 아직도 그렇게 날이 선 시를 써야 하는 것일까? 보는 동안 그다지 편한 느낌을 받는 시가 잘 없었다. 코로나는 전 세계적인 재앙이었다. 이제 하다 하다 코로나 대응을 하는 정부에 반하는 시를 쓰고 있고. 참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평생 투쟁만 하던 삶이라 모든 것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만 굳이 그래야 하나 싶기도 했다. 모두가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아무도 의견을 냈다 하여 예전처럼 잡아가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로 주장하는 것에 ˝무엇이 두렵냐 너의 주장에 난 그냥 반대한다˝는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젠 모든 것에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그렇게 산 사람이니 앞으로도 아마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모두가 말하는 민주적인 것이 아닐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포용하는 것. 작가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별은 너에게로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슬퍼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P5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