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담배는 해롭다. 담배가 이롭다는 연구 논문은 거의 없다. 그나마 담배에 우호적인 내용이라면 아주 나쁜 줄 알았는데, 그나마 덜 해롭더라 이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그 연구 결과가 틀렸다는 내용의 반론 연구 결과가 쏟아질 것이다. 아무리 후한 점수를 줘도 담배는 그렇다.

그럼 술은 어떨까? 세계사적으로 보면 술도 담배 못지않게 해롭다. 술이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 조금 있다 술이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된다. 덜 나쁘다도 아니다. 건강에 이로운 점이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물론 전제 조건이 붙는다. 적당하게 마신다면 이라는 조건 말이다. 그렇게 좋다 나쁘다로 열심히 싸운다. 담배와는 양상이 다르다. 담배는 해롭다와 덜 해롭다의 싸움이라면 술은 좋다와 나쁘다의 싸움이다.

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대한 취급을 받는다. 지금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술 마시고 일을 벌이는 경우 법에서 봐줬다. 술 마시고 그럴 수 있지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이것도 다 술에 대해 무한히 너그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왜 술은 담배와 다르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술의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길래 그럴까? 이 책은 술의 역사를 보여줌으로 왜 사람들이 저런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알려 주고 있다. 술에게는 저런 대접을 받을 문화적 역사적 이유가 있다고 알려준다. 가장 처음 누가 술을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세계 각지에서 술을 만들어 먹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담배처럼 특정 지역에서 나는 담뱃잎이 퍼진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농산물을 발효하여 술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다들 그것을 신에게 바쳤다. 인류에게 술은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유일신을 섬기는 나라가 아닌 다신교 국가라면 다들 사랑의 신과 술의 신은 가지고 있다. 사랑, 전쟁 이런 중요한 것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술이다. 이 술이 어떻게 각 나라에서 만들어 졌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는 책이다.

와인 한 종류의 술만으로 수십 권의 책을 쓸 수 있다. 얇은 한 권의 책에 그 많은 술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진 못한다. 구체적인 술에 대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별도의 다른 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은 전체적인 줄기에서 어떻게 술이란 음료가 흘러가고 있는지 서술하고 있다. 쉽게 그리고 머릿속에 정리될 수 있도록 책은 쓰였다.

뭐 단점이라면 일본인이라 어쩔 수 없이 일본 술에 대해서 제법 많이 적어놨다는 것이 단점이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사적으로 일본 술이 뭐 그리 큰 의미를 지닌다고. 일본 술은 내 생각엔 세계사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일본 술로 인하여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큰 문화의 흐름이 바뀐 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이상으로 바의 카운터 앞에 펼쳐진 술 선반에 담긴 이야기를 일단끝냈다. 다양한 라벨을 붙인 술병은 마치 세계 지도를 그려놓은 듯가지런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그 모습은 이질적인 존재의 공존을뜻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 늦은 시간, 이런 장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용히 잠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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