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레베카
케이트 더글러스 위긴 지음, 유기훈 그림, 박상은 옮김 / &(앤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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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하면 누구나 아는 캐릭터다. 앤 시리즈는 10개나 되는데 첫 번째인 빨간 머리 앤 빼고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앤이 대학교 가는 것까지 알고 있다. 그 보다 조금 더 아는 사람이라면 앤이 길버트랑 결혼한 것까지 안다. 뒤로 갈수록 서서히 인기가 없는 것이다. 나중에 가면 주인공이 앤의 애들로 바뀌는데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불우한 소녀의 극복기를 좋아한다. 제법 나이가 든 여자의 이야기에는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다른 예를 보면 키다리 아저씨가 그렇다. 다들 숙어처럼 쓰는 용어라 알고 있지만 그 이상은 잘 모른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 사람은 더욱 적을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 이름은 더욱 모른다. 앤 처럼 입에 붙는 이름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건 주디는 어른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소년, 소녀에 매력을 느낀다. 어른이라면 흥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비밀의 화원도 콜린과 메리가 어린이여서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 두 사람이 어른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레베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시작은 10살이었다. 그렇지만 끝은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앤은 어른이 되지 못한 채로 1권이 끝이 났고, 모든 사람이 1권만 기억한다. 레베카의 이야기가 어린이로 끝이 났다면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레베카는 영화도 없고 만화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있다 하여도 우리나라에는 인지도가 없을 것 같다. 앤 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알아주는 이 없다. 소설이라면 늘 있어야 하는 위기도 크게 없고 긴장감도 크게 없었다. 그렇다고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잔잔하게 지나가는 소설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소설은 영상화했을 때 재미는 없다.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머릿속에 오래 남아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 이 책은 읽은 후 여운이 남는 책이다. 영상이든 책이든 최고의 칭찬일 것이다. 여운이 남는다는 것은 말이다. 책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만들어줄 수 있다 생각한다. 쉽다고는 안 하겠지만 영상보다는 쉬울 듯하다. 빈 공간은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면 되니깐. 영상은 모든 공간에 꾹꾹 눌어 넣어야 하니 어렵지 않을까 한다.

여운이 깊은 책이다. 하지만 뭔가 흥미진진한 내용을 기대한다면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심지어 마무리도 그렇게 썩 감동적이진 못하다. 하지만 잔잔하게 가슴에 모여드는 감정을 원한다면 한 번은 읽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구나, 하지만 저 돌들이 어떻게 저렇게 매끄러운 표면과 아름다운 형태를 지니게 되었을까, 레베카? 고인 물속에서는 아니야. 고인 물속이 아니라 흐르는 물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혀야 모서리가 깎여나가고 거친 표면이 매끄러워지니까. 조약돌들끼리 서로 부딪히고 날카로운 바위에도 부딪히면서 둥글둥글해지고 반짝반짝 빛이 나게 되는 거지."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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