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키다리 아저씨란 말을 들었을 때 십 중 팔구는 그 의미를 명확히 안다. 숨은 조력자 그런 의미가 바로 키다리 아저씨다. 그렇다면 왜 숨은 조력자가 키다리 아저씨가 되었을까? 그중 절반은 소설 속 인물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그 책을 읽은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빨간 머리 앤 처럼 주인공 이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편지 형식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읽기 어려운 책이다.

서간문 형식은 정말 읽는 것이 고역이다. 철저한 일인칭 그것도 화자의 시점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을 알기 쉽지 않다. 그리고 휙 하고 지나가는 이야기가 제법 된다. 나중에 저런 일이 있었나 하고 되새겨 봐야 의미를 알 수 있는 일도 많다.

거기다 화자가 모르는 것은 독자도 끝까지 모른다. 책은 전지적 시점이 가장 읽기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봄에도 불구하고 가물가물 하더라. 그렇게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빨간 머리 앤이 고전이지만 많이 읽히고 되새김질되고 꾸준히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비해 키다리 아저씨는 명성에 비해 내용을 잘 모르는 것이 이런 단점이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작가가 주인공의 초라함을 알리기 위해 쓴 주인공 이름부터 에러다. 제루샤 애봇 아무리 봐도 기억이 되지 않는다. 그녀들의 친구인 샐리, 줄리아처럼 평범한 이름이 아니다. 주인공도 그 이름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으로 나온다. 애칭은 대부분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지어주지만 본인이 애칭을 스스로 지어서 부르게 한다. 그래서 주디라는 이름이 나온다. 어릴 적 간추려져 있는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주디 애봇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상식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한 번은 읽을만한 책이다. 난 두 번째 읽었는데 어떻게 처음에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더라. 두 번째 읽을 때 키다리 아저씨의 행동이 웃겼다. 아마 장난스러운 마음이 50% 이상이었을 것이지만. 어릴 적은 그걸 못 느꼈는데 지금은 그게 느껴지더라. 키다리 아저씨는 돈지랄하다가 얼떨결에 사랑에 빠진 것이란 걸. 100년 전 막장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우리나라에 와서 막장 드라마 대본을 써도 참 잘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신: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아저씨네집에도 하인이 있지요? 저는 하인이 무서워요.
하인이 문을 연다면 저는 계단에서 졸도할 거예요. 하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아저씨는저에게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으셨어요. 스미스씨를 만나겠다고 할까요? - P5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