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완결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 이 책을 위해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 두 책만 본다면 그다지 썩 괜찮은 책이 아니다. 그냥저냥 또는 별로 그렇게 잘 쓴 책은 아니네. 정도의 평가를 받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평가를 받기엔 아까운 굉장히 잘 지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책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추리소설이다. 이 책이 특별히 재미있는 책이 된 이유는 앞의 두 권의 책으로 어떤 소설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려서라고 할 수 있다. 첫 시리즈에서 살짝 넣어 두었던 연애의 느낌은 사라지지도 그렇다고 아주 없어지지도 않은 채로 은은하게 남아 있어 어느 쪽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였다.

정말 앞선 책들은 오로지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보다는 소설로서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앞선 두 책을 낼 수 있는 작가의 배짱에 감탄을 했다. 사실 아닐 수도 있다. 작가는 나름 열심히 앞 두 권의 책을 썼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완성도 면에서 이 책을 따라잡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성장, 시작, 완성
시리즈는 대충 2년 정도의 텀을 두고 진행된다. 첫 시리즈는 특수 수사과에 이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형사의 모습이었다. 두 번째 책은 이제 막 시작한 햇 병아리. 마지막 책은 완숙한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에 맞춰 호텔리어도 같은 성숙도를 보였다.

책의 재미는 저렇게 따라가진 않았다. 별로 재미없는 1편에 좀 재미있어진 2편에 완성도가 높은 3편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되었다. 1편과 같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면 작가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도록 참으로 뛰어난 안배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 추리소설로서의 독자와 소통은
별로 없었다. 이 책만 본다면 범인이 누군지 알아맞추기 어렵다. 작가는 많은 힌트를 주지 않았다. 의심 스러운자는 범인이 아니다라는 충실한 법칙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의심스러운 등장인물을 보고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니겠군 하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중심 인물이라고 판단되지만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보여준 것에서는 독자와 소통을 하면서 범인을 찾아가려는 그런 종류의 책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결과는 나름 흥미로웠지만 절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책에서는 결과를 유추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마련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 호텔에 가고 싶어지는 책
매스커레이드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가면무도회, 변장하다는 뜻이 있다. 호텔리어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고객의 가면을 벗기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면 뒤의 모습을 보더라도 철저하게 그 사실을 감추고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호텔에 머무는 많은 사람들은 늘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호텔리어들은 그게 가면인 줄 알면서도 모른척한다. 하지만 형사들은 집요하게 그 가면 뒤의 모습을 알고 싶어 한다. 호텔리어들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최대한 형사들에게 협조를 하면서도 고객의 가면을 벗기지 못하게 막는다.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면에서는 당연한 형사의 요구지만 서비스를 제공하여 재화를 얻는 호텔 입장에서는 최대한 고객의 가면을 벗기지 못하게 하려 막는다. 그런 모습에 나도 저렇게 가면을 쓰고 호텔에 가고 그 호텔리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저렇게까지 손님을 위하는 호텔이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둘이서 악수했다. 야마기시 나오미의 손은 부드러웠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열심히 해주십쇼."
"닛타 씨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손을 놓고 닛타는 걸음을 옮겼지만 곧바로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
"내일 밤에 갈 레스토랑 좀 찾아줄래요? 느긋하게 대화할 수있는 곳이 좋은데."
"잘 알겠습니다." 야마기시 나오미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닛타는 가볍게 손을 들어 응하고 큰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 P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