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보다 나은 후작

매스커레이드 이브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 전작의 애매한 포지션
분명 추리소설로 보이지만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로맨스 성향이 강했다. 그럼 그 책은 로맨스 책이었을까? 그렇다고 보기엔 추리소설의 성격이 짙었다.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 책이 그런 포지션을 취하게 되면 재미는 반감된다. 아니면 매우 뛰어난 기교를 갖고 있어서 뭐든지 놓치지 않는 경우는 정말 완성도 높은 책일 수 있다.

그 정도로 수작이 아니었다. 둘 다 잡으려다 전부 놓친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다만, 딱 영화나 드라마로 쓰이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듯 이미 영화로 나와 있었다. 영화의 기교가 더해졌다면 아마 재미있게 잘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리즈의 첫 책을 쓰고 본인도 그러한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두 번째 책에선 그 애매한 부분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시리즈로 만드려 생각했던 것 같은데 두 번째 책은 단편으로 쪼개 놓아 장르 간의 간섭이 생기지 않도록 정리되었다.

# 두 주인공의 각자의 삶
전작인 호텔의 2년 전 이야기를 담았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작처럼 로맨스 요소가 들어가 있지 않다. 나오미의 이야기에서는 철저하게 호텔리어의 이야기가 담겼고, 닛타의 이야기에서는 신참내기 형사의 이야기가 담겼다.

닛타는 경찰로서는 신참내기가 아니지만 특별 수사대의 일원으로는 첫 발을 디디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외전식으로 구성하는데 특이하게 시리즈 2권에 2년 전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브 읽고 호텔을 읽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다. 다만 그 경우 두 남녀의 미묘하게 만나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아닌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읽을 것 같다. 아무래도 로맨스의 영역에서 보자면 호텔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

# 확실히 재미로 보자면 이 책이다
명확한 장르가 불분명한 전작에 비해 이 책은 재미있다. 단편식으로 진행되는데 명확하게 결론이 나면서 끝이 난다. 게이고의 다른 단편도 심플하게 단편이 끝이 났는데 이 단편 역시 명확하고 심플하게 이야기들이 끝이 났다.

확실히 게이고의 단편은 다른 단편과 다르게 재미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은 하지만 두 번째가 쉬어가는 이야기였으니 이번은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자 손님을 배웅하고 있으려니 엘리베이터 홀에서 한 여자가 나타났다. 어제 나오미가 체크인 수속을 했던 장미 향기가 나는 여자다. 그녀도 지금 체크아웃을 하려는 것이리라.
호텔에는 다양한 사람이 찾아온다. 나오미는 새삼 생각했다. 그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호텔맨은 결코 그 가면을 벗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