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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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추리소설인가
모든 장르가 다시 세분화되어 있는 장르로 구분이 되듯 추리소설도 좀 더 잘게 쪼개진다. 대표적인 추리소설 중 탐정 소설이 있고 스릴러 소설이 있다. 탐정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가 코난 도일이 있고 아가사 크리스티가 있다.

스릴러 소설 하면 가장 유명한 스티븐 킹이 있겠다. 물론 이처럼 하나의 장르로만 표현되는 책이 있지만 다양한 장르를 표방하는 책도 다수 있다. 문뜩 떠오르는 경우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이긴 하지만 책들 중에도 다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명확하게 하나의 장르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싶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의 대가 SF작가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연애 추리소설이나 SF 추리 소설 등 정체불명의 칭호를 그다지 얻고 싶어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다작하는 작가는 이미 다작 작가라는 명성이 강해서일까? 별로 이런 것에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가 쓴 다수의 책을 보면서 느꼈고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느꼈다. 분명히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연애 소설의 뭔가 미묘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딱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뭐 검색해 보니 이미 영화로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 추리소설의 필수
추리 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호흡이 중요하다. 추리 소설은 반전을 통해 독자에게 쾌감을 주는데 반전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려면 독자들을 완벽하게 속아 넘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는 끊임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상황을 다른 쪽으로 묘하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분명하게 다 보여주었지만 독자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반전을 이끄는 매력이다. 반전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를 속이면 안 된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지만 독자는 무시하는 것 그것이 반전이다.

그래서 단서를 어느 정도 보여주었냐에 따라서 잘 만든 반전 소설 못 쓴 반전소설로 구분한다. 추리 소설에서는 그게 필수다. 그렇다 보니 독자들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서평을 보면 난 첫 페이지에서 알았다느니 반전 나올 때까지 몰라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느니 하는 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절대 유추할 수 없는 반전을 던지는 경우 사람들은 추리소설의 매력이 없다고 비난한다.

# 빠져있는 추리소설의 핵심
위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추리소설로서 강한 매력의 요소인 반전을 만드는 긴박감이 없다. 그리고 그것을 두 남녀의 연애 이야기로 채웠다. 정통 추리소설을 생각하고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큰 실망을 할 것이고 별생각 없이 책을 읽었다면 알콩달콩한 내용에 웃음을 머금었을 것이다.

물론 두 남녀가 어떻게 매우 잘 되었단 그런 내용은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둘의 이후 관계에 대해서 부정하지 못할 만큼 풋풋하게 그려 놓았다. 추리소설로 갖춰야 할 핵심 내용을 뺀 대신 저 내용을 넣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정말 미디어로 만들었을 시 남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로 보였다. 다만, 정통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욕을 하면서 보겠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평가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연달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본 상태에서는 그다지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능력은 추리소설보다는 SF 쪽에 소질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닛타가 나오미에게 다가와 입에 붙은 청 테이프를 떼어주었다.
아픔에 나오미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입으로 호흡할 수 있는쾌감이 그 아픔을 뛰어넘었다.
"다친 데는 없는 것 같군요." 닛타가 말했다.
"닛타 씨…… 아까 나갔던 거 아니었어요?"
"밖으로 나간 것처럼 문을 열었다가 닫았을 뿐이에요. 욕실 밖에서 안을 살피고 있었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는 섣불리뛰어들 수 없었어요."
"이 방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침대 커버가 흐트러진 걸 알아보지 못할 만큼 둔감하진 않거든요. 게다가 방에 들어선 순간 당신의 기척을 감지했어요."
나오미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기척이라뇨?"
"그거야 뭐, 한마디로 말해서 냄새예요. 당신은 화장이 진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미하게 냄새가 나요. 좋은 냄새가."
"내 냄새를 안단 말이에요?"
그야 당연히." 닛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계속 함께 있었잖아요?" - P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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