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 여섯 가지 음식으로 본 음식의 역제국주의
남원상 지음 / 따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음식들
여기에는 총 6가지의 음식이 나온다. 아는 음식, 먹었던 음식, 그리고 한 번도 맛보지 않은 음식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음식들의 역사는 거의 모른다. 물론 맨 마지막에 설명한 명란젓은 대충 알고는 있다. 우리나라 음식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나머지 음식들의 역사는 하나도 모른다.

여러 번 들었지만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으로 굴라시가 있었다. 유럽에 한 번 가보지 못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름을 들었으면 대충 찾아봐도 충분히 우리나라에 식당이 있을 텐데 찾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외 사테랑 보르시는 들어 보지도 못한 음식이었다.

내가 다양한 나라를 가보지 못했지만 여기 나와 있는 모든 음식이 전부 내가 한 번도 가지 않은 나라의 음식이라는 것에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 적어도 맛보거나 찾아보게 되니 어떤 음식인지 대략 알 수 있겠는데 단 한 차례의 방문도 해보지 못한 나라의 음식으로 책이 채워져 있었다.

#커리
커리나 명란젓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음식이다. 커리라고 하면 갸웃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일본식 표현인 카레라고 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릴 거다. 요즘 커리집이 많아지면서 커리와 카레를 자연스레 구분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커리가 어느 나라 음식인지는 다들 모를 것 같다.

커리는 영국 음식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말한다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카레가 영국 음식이라고? 그럼 나는 여기에 이런 답을 한다. 카레는 일본 음식이고. 커리, 카레랑 같은 음식 아냐?라는 질문에 나는 다른 음식이라는 답을 한다.

커리라는 말이 일본식으로 발음되면서 카레가 된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커리가 인도 음식이 아닌 것일까? 그건 자장면이 중국 음식이 아닌 것과 같은 이유라고 설명할 수 있다. 예전에 자장면은 중국 음식이라 했지만, 요즘은 한국 음식이라고 한다. 그건 중국에 자장면과 똑같은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도 그와 같다고 하겠다. 인도에는 커리라는 것이 없다. 그와 비슷한 음식이 있을 뿐이다.

인도의 음식을 개량해서 커리를 만들고 그 커리를 개량해서 카레를 만들었다. 그럼 그 음식들은 같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10~20년 정도 진행된 것이라면 아류라고 비웃겠지만 수백 년이 된다면 새로운 식문화로 생각해야 맞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식문화의 세계
이 책에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점에서 기술했다. 피지배자의 음식을 지배자가 즐기게 되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그런 취지다. 책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런 해석에는 반대한다. 역사상 문화를 말살하고 글을 못쓰게 했다는 말은 많이 있지만 먹는 것을 못 먹게 했다는 내용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특정 음식 하나만 못 먹게 한다던지 하는 내용은 들어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식문화를 억제했다는 내용은 들어보지 못했다. 또한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의 식문화를 멀리했다는 내용도 찾아보지 못했다. 대부분 반대로 적극적으로 피지배 계급의 음식물을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많았다.

지배 계급은 피지배 계급의 음식을 먹으면서 정복자의 지위를 즐겼던 것으로 생각한다. 너희의 모든 것을 지배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뭐 이건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니 역사적으로 어땠을지는 역사학자들이 고민하고 풀어야 하는 내용이 아닐까 한다.

역제국주의를 일으킨 민족 음식은 피지배 국가나 민족의 하층민이 즐겨 먹던 싸구려 먹거리에서 출발했다.
는 공통점을 띤다. 이 ‘비천한 음식들 중에는 지배 국가의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 진화를 거듭하며 원형과 다른길을 걷게 된 경우가 많다. 일부는 제국의 상류층이 즐기는 사치스런 별미로 재탄생했다. 제국의 다른 식민지들, 혹은 압제와 빈곤을 피해 멀리 달아난 이주자들을통해 세계 각지로 확산된 사례도 있다. 심지어 민족 정체성과 결부된 일부 민족 음식은 지배 국가의 식탁을 너무 깊숙이 침투한 나머지 서로 원조를 자처하며 치열한‘종주국 논쟁‘ 까지 일으켰다.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건닮은 듯 서로 다른 자초지종을 지닌 여섯 가지 민족 음식 이야기다. 역제국주의의 어감이 그러하듯, 이들 음식이 콧대 높은 지배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사연에서는 묘한 통쾌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음식들은 맛있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는 또한 맛있게 마련이다. - P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