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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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확 다르네
정유정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7년의 밤]이었다. 이때만 해도 스릴러 작가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다음으로 본 책이 [내 심장을 쏴라]였다. 이것을 접한 이후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추리 소설 작가가 맞다. 이후 작가의 다른 책은 더 이상 보지 않은 것 같다.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다. 데뷔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소설이 몇 권 되지 않는다.

작가는 치밀하게 연구하고 조사한 후 책을 쓰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작품이 적다. 그리고 그런 작가라면 응당 추리소설이나 앞뒤가 잘 맞는 치밀한 종류의 소설만 쓰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작품이 이런 작품일 거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책 앞면에 나와 있는 소개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성장 소설? 청소년 문학?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렇지만 정말이었다. 작가의 첫 작품은 성장소설류의 청소년 문학이 맞았다. 작가의 책을 접한 후 어떻게 하다가 작가가 되었는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스토리를 보진 않았기 때문에 놀랐다. 정말 작가가 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등단을 위해 저 책을 썼겠거니 했다.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추리 소설이 정유정 작가에게는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정적인 소설이 있고 동적인 소설이 있다. 동적이 소설이 되기 위해서 많이 이동하거나 시간이 빨리 지나면 쉽게 속도감이 생긴다. 아무리 긴박하게 글을 써도 수백 페이지가 한 시간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움직임이 적다면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보면 많은 이동과 함께 시간이 빨리 지난다면 굉장한 속도감이 느껴지게 된다.

그럼 이 소설은 어떤 속도감을 느끼게 할까? 정말 빠른 속도감이 있지는 않다.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긴 하지만 시간적으로 보면 불과 일주일이 되지 않는 시간이 흐른다. 한참 시간이 지나갔겠거니 했지만 그래 봐야 반나절 지난다고 할까? 그런 식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그렇지만 엄청난 이동을 통해 속도감을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초보 작가라고 하기에는 제법 안정적인 속도 관리를 했다. 그렇기에 대상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민주화 운동과 소설
성장 소설에 굳이 넣어야 했나 싶기는 했다. 성장 소설이라는 맥락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역사적 의미도 놓치고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실을 만들려면 다른 이유로도 충분히 구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이런 이야기를 들고 왔을까? 미지수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상을 노리고 넣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있지만 말이다. 만약 지금 이런 소설을 썼다면 작가는 굳이 끌어다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오히려 더욱 깊이 끌고 들어와 광주 민주화 운동 소설로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애매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인 생각
잘 쓴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7년의 밤]을 읽고 뒤돌아 온 것이라면 그 정도의 완성도는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야베 미유키 같은 여류 추리 소설가의 첫 추리 소설을 생각하고 왔다면 아차 싶을 테니 말이다.

물기둥이 치솟았다. 꿈이 아니야 하듯, 고래 한 마리가 힘차게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15미터는 될 듯한 거대한 몸통이 허공에서 활강했다. 두터운 몸통에 희끗한 점박이가 박혀 있었으며 등은커다란 혹이 달린 것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하얀 배는 반원을 그렸고 큰 꼬리는 독수리의 날개처럼 열렸다. 놈은 내지르는 듯한고음의 메아리를 흩뿌리며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이윽고 열 마리 가량의 고래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들은 흰 물줄기를 내뿜으며 파도 위를 증기 기관차처럼 내달렸다. 꼬리지느러미만 해면 위로 내밀고 회전해 작은 회오리를일으키는 놈도 있었다. 뒤집어져서 흰 배만 내놓고 떠다니기도 했다. 모로 누운 채 가슴지느러미로 물결을 두들기기도 했다. 물줄기를 스프링클러처럼 토해 내기도 했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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